[비즈 골프]메이저 트로피 스토리 명승부보다 재미있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US오픈
진짜 우승컵 불타 없어져
PGA챔피언십
택시서 분실 뒤 도로 찾아

높이 71cm, 무게 12.3kg의 큼지막한 트로피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에 그 무게조차 느끼지 못한 듯했다.
17일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골프대회인 제91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 그는 시상식에서 반짝거리는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안고 활짝 웃었다. 이 트로피는 대회 창시자인 로드먼 워너메이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잊지 못할 경험을 한 양용은은 시상식 때 받은 트로피의 복제품(replica)을 갖게 된다. 양용은은 “나중에 댈러스 집에서 실제 사이즈의 90%인 트로피를 받게 된다. 그 가치가 5500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거기에 내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말했다.
당초 이 대회는 우승자가 진짜 트로피를 1년 동안 갖고 있다 반납했다. 하지만 월터 헤이건이 1925년 택시에서 잃어버린 뒤 복제품 수여로 바뀌었다. 잃어버린 트로피는 분실 후 5년 만에 되찾았다.
4대 메이저 골프 대회는 오랜 역사 속에서 우승 트로피에 얽힌 사연이 많다.
마스터스는 클럽하우스 모양의 대형 트로피보다는 ‘그린재킷’이 더 유명하다. 1949년 챔피언인 샘 스니드가 처음으로 그린재킷을 입었다. 챔피언은 1년 동안 그린재킷을 가져갈 수 있으며 1년 후부터는 대회 장소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 보관한다. 여러 차례 우승을 해도 그린재킷은 한 벌뿐이다. 그린재킷은 상업적 사용이 제한된다. 마이크 위어(캐나다)는 스폰서 업체의 행사장에 입고 나갔다가 대회 주최 측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US오픈의 오리지널 트로피는 1946년 소실됐다. 당시 우승자인 로이드 맹그럼이 트로피를 맡겼던 시카고의 한 골프장에 불이 나면서 한 줌 재로 변했다. 이듬해 새 트로피가 만들어졌는데 우승자는 시상식 때 받은 트로피를 1년 동안 간직했다 반납한다. 우승자가 원하면 실물보다 작은 트로피를 자비로 구입할 수 있다. 지난해 여자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인비(SK텔레콤)는 시상식에서 들었던 트로피를 국내로 가져와 자신이 다니던 광운대 총장실 금고에 보관해 둔 뒤 올 대회 개최를 한 달 앞두고 돌려보냈다. 광운대 측은 1500달러를 들여 복제 트로피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인비가 반납한 트로피는 올해 대회에서 우승한 지은희(휠라코리아)의 품에 안겼다.
브리티시오픈 우승자는 붉은 포도주를 따라 마시는 주전자인 클라레 저그를 받는다. 대회 초기에는 모로코산 가죽으로 만든 벨트가 주어졌다. 1870년 영 톰 모리스가 3연패를 하면서 영구적으로 혁대를 갖게 된 뒤 1873년 클라레 저그가 처음 등장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1927년부터 원조 클라레 저그를 영구 보관하고 있으며 우승자에게는 모사품을 수여하고 있다. 이 모사품도 1년 동안만 갖고 있을 수 있다. 다만 우승자는 복제품을 만들어 가질 수 있다. 지난해 대회 2연패를 한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클라레 저그를 부엌에 두고 아침 식사 때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우승자인 스튜어트 싱크(미국)는 자신이 즐기는 기네스 맥주를 부어 마신 뒤 다음 날에는 코카콜라를 부어 아들에게 돌렸다고 한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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