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앞에 핸디캡은 없다

  • 입력 2009년 7월 4일 02시 52분


평발 박지성-땅콩 김미현 등
단점 극복 세계적 스타 성장

그는 어린 시절 평범했다. 축구선수로는 약한 편에 속했다. 수원공고 1학년 때 키는 158cm에 불과했다.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축구선수에게 평발은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학창시절 그를 본 감독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일단 몸부터 만들고 오라.” 지금도 그의 체격은 그저 그렇다. 키 175cm에 몸무게 71kg. 그러나 이제 그는 ‘평범한’ 수준을 넘어 ‘특별한’ 선수가 됐다. 세계적인 축구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한국 축구의 ‘심장’으로 우뚝 섰다.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얘기다. 스포츠 스타 가운데는 이처럼 부족한 신체조건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가 많다. 곽희주(28·수원 삼성)와 곽태휘(28·전남 드래곤즈)는 한쪽 눈이 안 보이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다.

여자 골프 김미현(32·KTF)의 별명은 ‘땅콩’이다. 키가 157cm인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비거리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몸무게를 늘렸다. 일명 ‘꽈배기 스윙’으로 불리는 그만의 스윙을 개발했다.

‘땅콩 검객’ 남현희(28·서울시청)도 불리한 신체조건을 뛰어넘었다. 펜싱은 종목 특성상 팔다리가 길어야 유리하다. 그러나 키 154cm의 남현희는 반 박자 빠른 스피드로 이를 극복했다.

프로배구에는 여오현(31·삼성화재)이 유명하다. 그는 한국배구연맹에 등록된 남자선수 가운데 키(175cm)가 가장 작다. 하지만 80%가 넘는 리시브 성공률로 ‘월드 리베로’로 거듭났다.

신체적인 불리함을 딛고 일어선 스타들의 공통점은 성실함이다. 박지성의 에이전트는 “박지성은 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며 “타고났다는 체력도 사실 노력으로 다져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현은 “노력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성공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 초등학생 때 마취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12바늘을 꿰매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남현희 역시 별명이 ‘독종’이다. 그의 엄청난 훈련량을 본 동료들은 혀를 내두른다. 나윤수 송호대 교수(생활체육과)는 “이들의 성공스토리를 말할 때 항상 붙어 다니는 단어가 땀과 눈물”이라며 “스포츠의 다른 이름이 ‘감동’인 이유는 이처럼 핸디캡을 극복한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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