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들 모여라! 태백산맥을 달리자

  • 입력 2009년 5월 15일 02시 56분


문상필 씨(가운데)와 장남 선철 군(왼쪽)과 민석 군이 수영 훈련을 하는 노원청소년수련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들의 소망은 셋이 함께 같은 대회에 출전하는 것. 트라이애슬론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원대연  기자
문상필 씨(가운데)와 장남 선철 군(왼쪽)과 민석 군이 수영 훈련을 하는 노원청소년수련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들의 소망은 셋이 함께 같은 대회에 출전하는 것. 트라이애슬론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원대연 기자
ITU가 육성하는 장거리 코스 삼척 앞바다서 3km 수영하고

태백산맥 80km는 자전거로 20km 화절령길 마지막 질주

위대한 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는 스포츠. 트라이애슬론을 간단히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쳐오는 파도를 넘다 보면 온 몸에는 바다 향기가 가득하다. 더 먼 곳, 더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하늘의 기운을 품은 가슴은 터질 듯하다. 마지막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운동인 달리기. 땅의 울림은 비단 발바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거칠게 내뱉은 짧은 숨에도 땅의 울림은 살아 있다.

신이 준 아름다운 선물인 자연을 품고 도전의 참맛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의 축제가 열린다. 동아일보는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과 다음 달 14일 강원 삼척시, 태백시, 정선군, 영월군 일대에서 2009 하이원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를 개최한다. 동아일보는 웰빙 스포츠 문화를 선도하고자 트라이애슬론대회를 열게 됐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 코스의 두 배 거리를 헤엄치고 달리는 O2 코스(수영 3km, 자전거 80km, 달리기 20km)로 열린다. 삼척해수욕장 앞바다를 수영하고 태백산맥을 자전거로 두 번 넘는다. 그리고 국내 최고 고도 능선길인 정선군 백운산 화절령길을 달린다. 강원도의 뛰어난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이상적인 코스라 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해수욕장과 도로, 산길을 그대로 이용한다. 별도의 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친환경 대회로 진행된다. 6월의 푸른 녹음 속에서 만끽할 도전의 참맛은 이미 많은 이를 설레게 하고 있다.

O2 코스는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이 적극 육성 중인 장거리 코스다. 많은 사람이 아직까지 트라이애슬론을 철인 코스(수영 3.9km, 자전거 180.2km, 마라톤 42.195km)로만 인식한다. 트라이애슬론을 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 철인 코스에 도전하고 싶은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철인 코스로 인해 트라이애슬론은 일부 마니아만의 운동이라는 고정 관념이 박혔다. ITU는 철인 코스보다는 도전이 수월한 O2코스를 널리 알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회에는 국내외 엘리트 선수 60여 명과 동호인 500명이 참가한다. ITU가 인증한 2008 트라이애슬론 장거리 부문 랭킹 1위인 지미 존센(덴마크)도 출전한다. 한국의 대표 철인 박병훈도 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2007년 6월 일본 나가사키 고토에서 개최된 아이언맨 저팬대회에서 8시간46분32초로 1위에 올라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대회 철인 코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참가 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www.triathlon.or.kr)에서 할 수 있다. 02-3431-6798, 02-2020-0547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애증의 트라이애슬론… 이젠 삶의 일부”▼

아들은 출발 신호와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 강한 파도가 가슴을 쳤다. 세찬 파도는 그를 출발선 안으로 날려버렸다. 아팠다. 그리고 무서웠다. 놀이터나 다름없었던 바다가 공포로 다가온 적은 처음이었다.

“다시 들어가!” 뒤에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소리쳤다. 들어갈 수 없었다. 다리는 떨렸고 머리는 멍했다. 창피했다. 나보다 어린 애들도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고 있는데…. 하지만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대신 눈물이 떨어졌다. 그렇게 돌아섰다. 고함치던 아버지는 침묵했다. 평소 같았으면 불호령이 떨어졌을 텐데 웬일인지 별말이 없었다.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아버지는 가끔씩 아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아들은 고개를 숙인 채 다짐했다. 다신 이렇게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세찬 파도 앞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던 주인공은 문선철 군(16). 문 군은 4년 전 부산 아쿠아슬론대회에 참가했을 때 재출발을 포기한 채 짐을 싸야 했다. 문 군이 지금까지 참가한 140여 회의 대회 중 포기한 대회는 그때가 유일하다. 문 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한 9년 경력의 베테랑 트라이애슬론 동호인이다. 문 군을 ‘도전의 바다’에 빠뜨린 건 그의 아버지 문상필 씨(42)다.

문 씨는 현재 ‘코리아 트라이애슬론 아카데미’에서 일반인들에게 트라이애슬론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1995년 제주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 참가한 후 트라이애슬론의 매력에 빠져 살았다. 그는 동아일보 주최로 다음 달 14일 강원 삼척, 태백 등지에서 열리는 2009 하이원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도 도전장을 냈다.

2000년 10월 처음 트라이애슬론 교실을 연 후 지금까지 300여 명의 수강생을 지도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가 가장 많이 혼내고 가장 많이 아끼는 수강생은 다름 아닌 그의 두 아들 선철 군과 민석 군(13)이다. 처음 운동을 해보라고 했을 때 두 아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민석 군은 10일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삼성출판사배 아쿠아슬론대회 중등부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힘든 유년시절을 안긴 트라이애슬론은 애증의 대상이다. 선철 군은 “아버지 덕분에 체력과 쉽게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을 길렀다”며 “트라이애슬론을 평생 운동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혹독한 훈련을 견뎌야 했던 민석 군은 “하기 싫을 때도 많았지만 막상 그만두면 다시 하고 싶을 것 같다”고 전했다. 두 아들은 성인이 되어 아버지와 한 대회에 출전하는 상상을 한다. 아버지의 소망도 그와 다르지 않다.

■ 배우 송일국에게 듣는 오해와 진실

1시간 뛸 체력만 있으면 누구나 OK

배우 송일국(38·사진)은 널리 알려진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는 2004년부터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트라이애슬론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그는 3일 경남 통영시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를 만나 트라이애슬론에 대한 오해를 풀어봤다.

○운동 잘하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격한 운동인가요?

―아닙니다. 1시간 정도를 천천히 달릴 수 있는 체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많은 분들이 트라이애슬론 하면 10시간 넘게 쉬지 않고 달리는 철인 코스만을 생각합니다. 물론 철인 코스는 오랜 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극한의 운동이죠. 하지만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종목도 있습니다.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코스만 해도 쉽게 도전할 수 있어요.

○트라이애슬론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세 가지 운동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수영, 자전거, 달리기는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요. 한 가지 운동만 하다 보면 근육에 무리가 가기 쉬운데 트라이애슬론은 우리 몸의 근육을 고루 발달시킵니다. 여러 운동을 하니 지루하지 않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그래도 시작하려 하니 두려운데요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께는 올림픽 코스의 절반 거리인 스프린트 코스를 추천합니다. 처음부터 무리해서 대회에 참가할 필요는 없어요. 수영을 기본으로 자전거와 달리기를 더해 규칙적으로 훈련하시면 좋습니다. 동호인 클럽도 많으니 함께하시면 쉽게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앞으로 종종 대회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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