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포스트게임] 야구장의 변신은 무죄

  • 입력 2009년 4월 21일 08시 47분


메이저리그에서 스타디움이라고 불린 구장이 처음 생긴 게 1923년 뉴욕 양키스타디움이었다.

종전 구장은 보통 파크, 필드로 불렸다. 원래 야구가 공원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공원에서 야구놀이를 하고 있어 그 의미로 볼파크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래된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 펜웨이파크(1912년)를 떠올리면 된다.

미국은 메이저리그의 발달과 함께 야구장도 진화됐다. 시대에 따라 구장의 트렌드가 변했다. 펜웨이파크와 시카고 리글리필드는 가장 오래된 야구장의 ‘클래식’으로 통한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 오클랜드 콜리세움 등은 야구장을 구분할 때 ‘중세(Middle ages)’가 된다. 관중석이 많고 주차장이 넓은 게 특징이다. 60년대 지은 구장들이다.

70년대 들어서는 인조잔디 시대(Turf era)가 대세였다. 신시내티 리버프론트 스타디움, 피츠버그 스리리버 스타디움, 필라델피아 베테랑 스타디움 등이었다. 야구와 미식축구를 병행하기 위해 건설된 구장들이다. 쿠키를 찍어 내듯이 구장의 개성이 없이 똑같다고 해서 ‘쿠키 커터’ 스타디움으로 불렀다. 현재는 모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어 돔구장의 시대가 도래한다. 휴스턴의 애스트로돔이 1965년에 개장했지만 메이저리그의 본격적인 돔구장 시대는 80년대다. 1982년 미네소타 메트로돔, 1989년 토론토 스카이돔, 그리고 몬트리올이 올림픽 개막전을 치른 메인스타디움의 지붕을 덮으면서 돔구장에 가세했다.

이제는 돔구장도 메이저리그에서는 한물 갔다. 요즘은 ‘뉴 웨이브 시대’로 통한다. 그 원조가 볼티모어 캠든야드와 클리블랜드 제이콥스필드(현 프로그레시브필드)다. 1992년에 개장된 캠든야드는 기존의 틀을 깨고 도심 한복판에 만들었다.

종전의 구장 건설은 야구장, 주차장 부지를 확보한 뒤 다운타운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지었다. 그러나 ‘HOK 건축사(현 Populous)’는 볼티모어의 상징인 B&O라는 창고를 그대로 둔 채 도심에 구장을 세웠다. 1992년 캠든야드 이후 지어진 구장들이 다 이런 식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

AT&T파크는 바다의 내포 해안선을 그대로 살렸다. WBC 8강전이 벌어졌던 샌디에이고 펫코파크 역시 외야에 빨간색 벽돌 건물이 구장과 함께 그대로 유지돼 있다.

Populous는 유명한 건축회사인데 야구장 건설로 더 유명하다. 최근 짓는 미국의 야구장은 거의 이 회사 작품이다. 올해 개장한 메츠의 시티필드, 뉴 양키스타디움도 Populous 작품이다. 요즘의 야구장은 건축 조형물이다. 겉에서 보면 결코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서면 사용자와 팬들을 위한 작은 배려들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야구장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건축물에 가깝다. 기자는 메이저리그 34개 구장을 다녔다.

서울시가 고척동에 돔구장을 건설한다는 발표를 들었다. 이제 동양 최대, 아시아 최고는 필요없다. 선수들이 편하고, 팬들이 쾌적한 분위기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구장이 돼야 한다. 그동안에 지어진 스포츠 건축물들은 겉만 화려했지 실용적이지 못했다. 2000년대 지은 인천 문학구장에 원정팀 라커룸도 없었을 정도로 근시안적이었다.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미국의 주말은 스포츠의 날이다.자정을 넘어서도 학원에 다녀야 하는 한국의 교육풍토.운동선수는 운동기계밖에 될 수 없는 학원스포츠.언제쯤 진정한 지덕체 교육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한숨만 나온다.스포츠를 보면 미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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