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통신]라마제 정성껏 올리며 안전등반 빌고 또 빌고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45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64m)에는 각국 40여 개의 원정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의 텐트 주위에는 각 원정팀이 세운 라마제단이 어김없이 하나씩 세워져 있다. 제단은 돌을 쌓아 1m가량의 탑을 세운 뒤 그 위에 철제 기둥을 세운다. 기둥 끝에는 불경이 새겨진 노랑 빨강 초록 등의 깃발이 긴 줄에 매달려 수십 m씩 늘어뜨려져 있다. 그 깃발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원정팀의 안전을 비는 것이지만 마치 축제에 쓰이는 만국기처럼 이채로웠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원정대들은 본격적인 등반에 앞서 꼭 라마제를 치른다. 인도에서 티베트로 전해진 불교가 다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네팔 등지에 퍼진 게 라마교. 라마제는 통상 등반을 시작하기 전 원정대의 안전을 기원하는 라마교식 의식을 말한다.

1995년부터 한국 원정대와 함께했고 이번 박영석 에베레스트 남서벽 원정대에서 쿡(조리장)을 맡고 있는 두르바 라이 씨(38)는 라마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00여 년 전 외국 원정대들이 히말라야 산맥을 찾기 훨씬 전부터 현지인들은 안전을 기원하는 라마제를 지내고 산에 올랐다. 라마제를 하지 않으면 셰르파들은 절대 산에 오르지 않는다.”

셰르파들이 설명한 라마제의 의미는 각별했다. 높은 산은 시바신(네팔어로는 그루림부제)이 관리를 한다. 시바신은 산의 날씨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안전을 총괄한다. 셰르파들은 라마제를 통해 시바신에게 등반의 시작을 알리고 안전을 기원한다.

박영석 원정대는 15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한쪽에 제단을 쌓고 라마제를 지냈다. 오전 9시 20분쯤 시작된 라마제는 1시간 정도 이어졌다. 향냄새가 진동했고, 외부에서 온 라마승이 불경을 외우며 축원을 했다. 라마제에 빠져서는 안 될 음식도 제단 아래 다소곳이 놓였다. 네팔식 튀김 빵인 ‘갑사(꽈배기와 비슷함)’가 사탕과 과자, 과일과 함께 광주리 가득 차려졌다.

라마제의 후반부에는 제단 위에 기둥을 세우고 불경이 새겨진 깃발을 펼쳐 건다. 이후 ‘잠바가루(보릿가루)’를 서로 얼굴이나 옷에 뿌리고, 안전을 기원하며 끝을 맺는다. 강기석 대원(31)은 “라마제는 안전 기원 이외에도 대원과 셰르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원정대는 17일 캠프2(6500m)를 구축했고 이달 말까지 캠프5(8400m) 설치를 마친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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