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배의 열린 스포츠] 천재 아닌 그…살아있는 전설 송진우

  • 입력 2009년 4월 14일 07시 48분


위대한 선수는 만들어지는가, 타고나는가.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처럼 극복할 수 없는 관계도 있지만, 무명으로 출발해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경우도 적지 않다.

스포츠와 예술분야는 ‘타고 난다’는 관점이 우세하기는 하지만 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다. 타고난 요소와 진화에 대한 논쟁은 학계에서도 해답을 얻기 어려운 주제이다.

그럼에도 주관적인 입장에서 스포츠의 대표적인 구기종목인 야구와 축구를 비교하자면, 둘 다 타고난 선수가 유리하긴 하지만 진화의 영역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야구라 할 수 있다.

야구는 적응의 스포츠이다. 특히 프로야구는 더 하다. 축구의 경우 ‘골잡이’는 타고나는 경향이 있다.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축구는 예술의 영역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천재공격수들은 하나같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두각을 나타낸다. 반면에 야구는 타고난 선수가 짧은 기간 동안 대단한 기록을 작성할 수는 있지만,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며 생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록의 경기인 야구는 일단 오래 살아남아야 의미있는 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 자기관리와 노력이 어느 스포츠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축구는 한 경기하고 나면 휴식이 보장되지만, 야구는 매일 연속이다. 천재성만으로는 버틸 수가 없다.

지난 주말 프로야구에서는 의미있는 기록이 작성됐다. 송진우의 3000이닝 달성과 이종욱의 사이클링 히트가 바로 그것이다.

프로야구 투수부분의 거의 모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송진우. 전성기 때의 송진우를 기억해 보자. 당시에도 ‘극강의 모드’는 아니었다. 21년 프로생활 하루하루를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왔을 뿐이다.

프로입단 전 ‘세일통상’시절 옆에서 지켜본 기억이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체형에서도 전혀 변화가 없다. 타고나지 않았기에 오늘의 송진우가 가능했으리라.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14번째 사이클링히트의 주인공 이종욱. 모두가 알다시피 방출의 서러움을 겪고 오늘에 이른 선수다. 사실 이종욱은 필자에겐 아련한 ‘첫사랑’이다.

필자는 이종욱의 대학시절 그의 야구에 반했었다. 강한 어깨와 빠른발이 있었지만 유연하지는 못했고, ‘행어(hanger)’스타일이어서 부상의 위험도 높은 선수였다.

컨택트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타격도 부드럽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의 야구장에서의 자세나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직까지 야구장에서 그런 열정을 가진 선수를 본적이 없다.

야구가 아름다운 건, 평범한 사람도 살아남아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가끔씩 증명하기 때문이다. 인생과 야구는 하나같이 오늘 이 순간 삶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관련기사]봄, 야구의 향기에 취해보자

[관련기사]인프라 개선해 ‘야구의 참 맛’ 즐기자

[관련기사]유소년야구단 창단 돛-박정태 아름다운 도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