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감동’은 끝나고… “이제 무슨 낙으로…”

  • 입력 2008년 8월 26일 02시 56분


시민들 ‘금단증상’ 호소

게임회사인 넥슨에 다니는 곽무경(30) 씨는 지난 2주 동안 식사나 회식 장소를 정할 때 대형 TV가 설치돼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 ‘태극 전사’들의 경기를 조금이라도 생생하고 열광적인 분위기에서 보고 싶어서였다.

곽 씨는 “올림픽이 끝난 25일에도 점심시간에 나도 모르게 동료들에게 큰 TV가 있는 식당으로 가자는 말을 했다”며 “이번 올림픽에 워낙 매료됐기 때문에 앞으로 한동안 공허함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올림픽이 끝났지만 여전히 올림픽 분위기에서 못 벗어나는 ‘올림픽 금단현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선 한국 선수단이 역대 최고 성적인 금메달 13개를 획득할 만큼 재미있고 극적인 ‘명승부’ ‘명장면’이 많았다. 수영과 야구 같은 선진 인기 종목에서 예전에 비해 크게 선전하면서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올림픽이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만큼 올림픽 금단현상도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특정 이슈에 사람들이 모두 관심을 가지는 ‘대세 추종 현상’이 강하다”며 “올림픽에 대한 기억이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시간도 꽤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올림픽으로 달라졌던 생활 패턴이 예전처럼 돌아오는 데 부담감과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직장인 중에선 올림픽 열기 덕분에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근무 분위기가 다시 ‘정상화’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에 다니는 이모(31) 씨는 “올림픽 기간이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상사들이 자연스럽게 업무 처리 기한을 연장해 주는 경향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런 게 없어질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 씨는 “올림픽을 보는 재미가 사라지면서 동시에 업무 압박도 심해질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황모(30) 씨는 “올림픽 기간에는 한국 선수들의 주요 경기가 있을 때마다 사무실이나 휴게실 같은 데 삼삼오오 모여 경기를 봤다. 아무래도 평소에 비해 근무환경이 느슨했다”며 “올림픽이 끝나고 출근해 보니 느슨함 대신 긴장된 분위기가 느껴져서 솔직히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임광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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