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 세계 29명 후보중 1위 ‘스포츠 외교 금메달’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0분


캐나다 선수들과문대성 동아대 교수(가운데)가 21일 베이징 올림픽 선수촌에서 캐나다 선수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교수는 하루 15시간씩 세계 각국의 선수들을 만나 한국의 태권도를 알리며 인사를 하고 다녔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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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성 동아대 교수(가운데)가 21일 베이징 올림픽 선수촌에서 캐나다 선수단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교수는 하루 15시간씩 세계 각국의 선수들을 만나 한국의 태권도를 알리며 인사를 하고 다녔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IOC 선수위원은 어떤 자리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빛 발차기’의 주인공 문대성 동아대 교수가 21일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됐다.

IOC 선수위원은 IOC 선수분과위원회 소속이지만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종목 결정 투표권을 갖는 등 IOC 위원과 똑같은 권한을 갖는다. 이 뿐만 아니라 세계 체육 현안에 대해 전방위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대우도 국빈급이다. 해외여행을 할 때 입국 비자가 필요 없으며 호텔에 묵을 때는 국기가 게양된다. 업무에 관한 한 정부로부터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독립성이 유지된다. 명예직이기 때문에 급료는 없다.

IOC 선수위원의 임기는 8년으로 제한된다. IOC 선수분과위원회는 모두 19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15명만 IOC 위원 자격을 얻는다.

문 교수의 경우처럼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투표로 뽑힌 선출직 위원 12명(하계 종목 8명, 동계 종목 4명)은 자동으로 IOC 위원 자격을 갖는다. 나머지 3명은 IOC 위원장이 대륙, 성별, 종목 등을 고려해 남은 7명의 선수분과위원 중 지정한다.

IOC 선수위원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신설됐다. 출마 자격은 선출 당해연도 올림픽 또는 직전 올림픽 출전 선수로 제한한다. 문대성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함으로써 자격을 얻었다.

문 교수에 앞서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전이경(쇼트트랙)이,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강광배(루지 봅슬레이)가 선수위원에 도전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이후 전이경은 IOC 선수분과위원이 됐지만 IOC 위원 자격을 얻지는 못했다.

문 교수의 IOC 선수위원 선출은 기울어가던 한국 스포츠의 외교 역량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명의 IOC 위원이 활동했으나 2005년 김운용 전 대한체육회장에 이어 지난해 9월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이 사퇴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만이 홀로 남았다. 하지만 이번 문 교수의 선수위원 선출로 한국은 11개월 만에 2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문 교수는 쟁쟁한 세계 스포츠 스타들을 제치고 후보자 29명 가운데 최다 득표를 했다는 점에서 더 뜻 깊다.

문 교수의 IOC 위원 선출은 줄줄이 예고돼 있는 국제행사 유치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동계올림픽에서 두 번 고배를 마시고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삼수’를 외친 평창뿐 아니라 2013년 하계유니버시아드(광주), 2017년 동아시아경기(청주), 2020년 하계올림픽(부산) 등 향후 스포츠 국제행사 유치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베이징 올림픽 핸드볼 예선에서 드러난 중동계의 편파 판정 등 공정하지 못한 국제 스포츠 판정 싸움에도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다.

한편 문 교수가 태권도학과 교수 겸 감독으로 있는 동아대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21일 오후 부산 사하구 하단동 승학캠퍼스 곳곳에는 ‘축 문대성 교수 IOC 선수위원 선출’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캠퍼스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조규향 총장과 태권도학과 교수, 학생들도 소식을 듣자마자 ‘문대성 만세’라고 외쳤다.

동아대는 문 교수가 귀국하면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열기로 했으며 IOC 선수위원으로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총장 이상의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베이징=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영상취재 : 베이징 = 신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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