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 누구… 4년전 ‘전광석화 뒤후리기’로 金

  • 입력 2008년 8월 22일 03시 00분


2004년 8월 30일 그리스 아테네 팔리로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 이상급 결승전. 한국의 문대성은 자신(190cm)보다 8cm나 큰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그리스)와 맞섰다. 발목을 다친 데다 이미 체력은 바닥난 상태. 하지만 그는 승부사였다. 니콜라이디스가 앞차기를 시도하는 순간 왼발 뒤후리기로 상대의 턱을 강타했다. 니콜라이디스는 고목처럼 앞으로 쓰러졌다. 1라운드 2분 10초 만의 통쾌한 KO승.

아테네 올림픽에서 ‘태권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문대성 동아대 교수는 20여 년간 태권도와 함께 살았다. 11세 때인 1987년 친구를 따라 태권도장에 놀러갔다가 시원한 발차기와 절도 있는 태권도 동작에 매료됐다.

동아대 1학년 때인 1996년 처음 국가대표가 된 그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1999년 6월 캐나다 세계선수권 헤비급,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헤비급을 제패하며 태권도 중량급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그리고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면서 ‘태권도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문 교수는 이듬해 동아대 태권도학과 교수 겸 감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태권도 이론과 실습을 가르치며 교육자로 변신했다.

지난해 3월에는 쿠웨이트로 날아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유치를 위해 뛰기도 했다.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힘을 보태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 선수 생활에 대한 미련과 스포츠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두 가지 꿈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는 지난해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겠다며 다시 도복을 입었다. 그러나 4개월 만에 꿈 하나를 접었다. 선수를 포기하고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문 교수는 자비를 들여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어학연수를 다녀왔고 틈틈이 체육 행정에 대한 공부도 계속했다.

그는 태권도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판정 시비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태권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득점 방식을 다양화하고 북한의 박진감 있는 태권 동작을 접목하는 등 변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도 그였다.

문 교수의 IOC 선수위원 당선은 그가 태권도에 보여준 진실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태권도 인생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마련했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