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못딴 선수 더 격려를”

  • 입력 2008년 8월 21일 02시 50분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 “체육지원 정책 시급”

20일 베이징 올림픽 선수촌은 평온했다. 대회 후반부로 접어든 선수촌은 마지막 메달 경쟁을 하는 선수들과 짐을 챙겨 떠나는 이들로 교차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동료들과 수다를 떨거나 선수촌 주변을 뛰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선수촌 내 인터내셔널 존(기자들과 공식 인터뷰를 하는 장소)에 이에리사(54·사진) 태릉선수촌장과 여자 농구의 간판 정선민이 팔짱을 낀 채 나타났다. 이 촌장은 “오랜만에 선민이랑 데이트하려고 나왔다”며 농담을 던졌다.

여자 농구를 올림픽 8강에 올려놓은 정선민은 시원섭섭한 표정이었다.

“8강에서 세계 최강 미국을 만나지 않았으면 4강까지도 가능했는데 아쉬워요. 그래도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마음껏 뛰어 후회는 없죠.”

이 촌장은 정선민의 등을 살짝 두드렸다. 그는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내서 기쁘지만 일찍 돌아간 선수에게도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중한 금메달 못지않게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 애정을 가져 달라는 얘기였다.

대표팀 메달리스트들은 25일 폐회식까지 선수촌에 머문다. 경기가 끝난 선수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 촌장이 전하는 선수들의 여가시간은 가지각색이다.

여자 역도 75kg 이상급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은 한동안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각종 매체와 인터뷰하느라 몸살이 난 탓이다. 하지만 20일부터 육상 핸드볼 등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고 있다.

남자 탁구 단체전 동메달리스트 유승민과 유도 73kg급 왕기춘은 ‘칩거형’이다. 방과 컴퓨터실에서 혼자 인터넷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배드민턴 혼합복식 우승자인 이용대는 저녁마다 선후배들과 축하파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이 촌장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다시 강단(용인대)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의 종합 10위도 의미가 크지만 장기적인 체육 지원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소년 체육을 강화하고 선수 은퇴 후 지도자 재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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