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스… 장미란… 최민호… ‘숏다리 만세’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1분


무게 중심 낮아져 자세 안정되고 저항 덜받아

수영-역도-투기 종목 등 상체 힘쓰는 경기 유리

“숏다리라고 실망하지 마라. 우리가 있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193cm의 키에 비해 다리 길이는 81cm(가랑이부터 발바닥까지)로 아주 짧다. 펠프스는 이 숏다리로 올림픽 사상 첫 8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펠프스뿐만 아니라 세계를 번쩍 든 장미란(고양시청) 등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유난히 하체가 짧은 선수들이 선전해 롱다리가 각광받는 현대 사회에서 ‘숏다리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체육과학연구원 문영진 박사는 “다리가 짧으면 무게중심이 낮아져 자세가 안정된다. 그래서 상체보다 하체가 짧은 선수는 안정된 상태에서 힘을 쓰는 종목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돌고래 다리’ 펠프스=수영에선 부력중심과 무게중심이 비슷해야 유리하다. 부력중심은 가슴 쪽에, 무게중심은 배꼽 쪽에 있다. 따라서 수영에선 다리가 짧으면 무게중심이 부력중심 쪽으로 옮겨가 몸이 수평이 된 상태에서 수영을 해 물의 저항을 덜 받게 된다. 다리가 길면 다리 쪽으로 몸이 기울어져 물의 저항을 받아 더 힘들게 된다. 펠프스는 상체가 잘 발달된 반면 다리가 짧은 전형적인 ‘돌고래’ 체형. 한마디로 수영에 딱 맞는 몸이다. 여기에 펠프스는 305mm의 큰 발을 가지고 있어 한 번의 돌핀킥에도 다른 선수보다 큰 추진력을 얻는다.

▽‘코끼리 다리’ 장미란=역도에서도 숏다리는 장점이 많다. 무게중심이 낮아 안정적인 데다 바벨을 들어 올리는 높이가 롱다리보다 낮아 힘을 덜 써도 된다. 여자 75kg 이상급에서 5차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딴 장미란도 하체가 짧은 편이다. 엄청난 훈련에 따른 실력이 금메달의 가장 큰 원동력이지만 신체 구조의 이점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 여자 63kg급에서 북한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박현숙도 짧은 다리를 앞세워 안정적인 자세로 세계를 들어 올렸다.

▽땅꼬마들의 스포츠인 투기 종목=유도 레슬링 등 투기 종목은 전통적인 숏다리 스포츠. 그동안 한국과 일본 등 하체가 짧은 나라가 유도와 레슬링에서 강세를 보인 이유기도 하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최민호(마사회)가 남자 60kg급에서 금메달을 땄고 왕기춘(용인대)과 김재범(마사회)은 은메달, 정경미(하이원)는 동메달을 따냈다. 레슬링에선 박은철(주택공사)이 동메달을 챙겼다. 일본은 유도에서만 4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골프의 안정된 샷=골프에선 짧은 하체는 안정된 샷의 원동력이다. 여자 골퍼 신지애(하이마트)는 상대적으로 짧은 하체를 이용한 안정된 자세로 긴 거리와 정확한 샷을 선보이며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무대를 휘어잡고 있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에서 2승을 올린 앤서니 김도 상체에 비해 하체가 아주 짧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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