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 야구 속 야구] ‘최종병기’ 체인지업의 비밀

  • 입력 2008년 5월 14일 08시 29분


요즘 프로야구를 시청하다 보면 해설자들이 투수에 대한 평을 할 때마다 볼에 대한 움직임과 떨어지는 각도, 체인지업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자들은 배팅기술이 향상되고,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파워가 넘쳐난다. 야구장마다 펜스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니 신종 무기인 체인지업을 장착하지 못한 투수들은 마운드에서 버티기 힘들다. 볼에 대한 그립만 제대로 잡았다고 볼의 변화가 무쌍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다.

노력한다고 모두가 똑같을 수 없는 게 세상의 이치요, 동물의 감각이다. 근본적으로 타자들의 기술과 파워가 좋아졌고 볼의 재질, 그리고 배트의 탄력 또한 무시못할 정도로 좋아졌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싸우기 위해서는 승부근성 하나만으로 버틸 수 없다. 기본적으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볼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 구종 중 하나가 일명 ‘체인지업’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내 투수들 대다수가 커브 또는 슬라이더를 변화구 레퍼토리로 삼았지만 지금은 프로선수는 물론 고등학생까지도 체인지업을 구사하지 못하면 어디 가서 투수라고 말하기 부끄러운 세상이다.

국내 야구는 1990년대 한·일슈퍼게임, 그리고 박찬호가 뛰던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서 투수들이 던지는 볼에 대한 변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이때가 체인지업에 대해 눈을 뜨게 된 시기라 본다.

감각을 가진 모든 동물은 좌우로 움직이는 물체의 식별에는 빠르게 적응한다. 하지만 상하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한 식별은 늦다고 한다. 여기에 맞춰 미국이나 일본의 투수들은 좌우로 변하는 슬라이더를 줄이고 타자 앞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사용한 지가 꽤 오래 됐다. 국내 투수들에게 체인지업이 보급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누구나 다 체인지업을 던지고 있다.

흔히 투수들이 표현하는 체인지업은 볼이 떨어진다는 그 자체만으로 성립이 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체인지업에 대한 정의를 ‘타자의 타이밍을 순간적으로 빼앗는 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145km를 던지는 빠른 직구 투구폼에서 110km의 늦은 볼을 구사했다면 굳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체인지업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국내 투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체인지업이라면 서클체인지업(OK볼)과 스플리터(반포크볼)를 들 수 있다. 두 가지의 구종 모두 신체 구조상 손가락이 길어야 유리하다. 또한 쉴 새 없는 반복연습으로 볼이 손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터득해야 한다.

지금 KIA 타이거즈에 있는 이광우 재활군 코치는 두산 시절에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손가락 검지와 중지 사이를 수술로 찢은 적이 있다. 타자와의 승부에서 이기겠다는 승부 근성 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프로 선수라면 직업에 대한 집착도 남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수라면 하루아침에 비밀 병기 하나로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손에 넣으려는 욕심보다 기존의 볼을 좀 더 완벽하게 가다듬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구종 개발이 생각처럼 쉽다면 이 세상에 투수를 하지 못할 선수는 없지 않을까?

김시진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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