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또 헛발질

  • 입력 2007년 12월 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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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또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기술위원회가 차기 대표팀 사령탑 최종 후보로 선정한 마이클 매카시(48·아일랜드) 울버햄프턴 감독과 제라르 울리에(60·프랑스) 전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6일 잇달아 “한국에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매카시 감독은 구단 홈페이지에 “울버햄프턴 감독직에 헌신해 왔고 더 머물고 싶다”고 밝혔다. 울리에 감독도 기술이사를 맡고 있는 프랑스축구협회와 가족의 반대로 한국행을 거부했다. 축구협회는 “울리에 감독과의 계약은 성사 직전에 무산됐다”고 말했다.

사실 예견된 파국이었다. 매카시 감독은 과거 한국 감독 공모 때도 “한국엔 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런데도 이번에 그를 최종 후보 2명에 넣은 것은 제대로 된 의사 타진조차 없었던 기술위원회의 안일한 행정 탓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그동안 이름값을 위주로 후보들을 나열한 뒤 그중에서 좁혀가는 방식으로 대표팀 감독을 선정해 왔다. 후보에 오른 사람의 ‘한국에 올 의사’는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인 러브콜을 보내니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는 것이다. 2004년에는 움베르투 코엘류(포르투갈) 감독 후임으로 브뤼노 메추(프랑스) 감독에게 사령탑 제의를 했다가 퇴짜를 맞자 요하네스 본프레레(네덜란드) 감독으로 급선회한 적이 있다.

외국 감독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비롯한 세계 축구계의 흐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결과이다.

결국 무보수 명예직 기술위원들의 한계가 이번에도 드러났다. 부위원장을 겸한 조영증 기술국장을 제외하고 이영무 기술위원장 등 모든 기술위원은 자원봉사자나 매한가지다. 이런 구조가 ‘한국대표팀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라는 악명까지 얻게 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위원회를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대표팀 감독 선정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제 협회는 “협상 결렬에 대비해 준비해 둔 후보 사령탑 파일을 다시 들춰 내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내파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관측이 많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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