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야구대표팀, '마운드 없이 승리는 없다'

  • 입력 2007년 11월 30일 1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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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와 기동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올림픽 야구대표팀의 전략이 과연 통할 수 있을까.

지난 29일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첫 경기인 대만전과 관련해 "빠른 선수들이 누상에 나가 마운드를 흔들고 중심타선이 해결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대표팀의 야수 구성으로 봤을 때 어느정도 예견됐던 전략이다. 김경문 감독이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구상은 이종욱, 이대형, 고영민 등이 찬스를 만들고 이병규, 김동주, 그리고 이대호로 이루어진 클린업트리오가 장타를 터뜨려 득점을 쓸어담는 것으로 김 감독이 두산에서 늘 추구하던 전략 그대로다.

그러나 문제는 마운드. 올 시즌 두산은 탄탄한 선발진와 불펜이 버티고 있었지만 대표팀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대표팀 투수들의 컨디션이 기대치를 밑돌고 있는데 특히 박찬호, 류현진, 류제국 등 선발후보들은 누구하나 코칭스텝에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경문 감독이 경기 당일에야 대만전 선발투수를 발표하겠다고 한 것도 겉으로는 전력을 감춰 상대팀에 혼선을 주겠다는 의도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확실한 1선발을 점찍기 쉽지 않다는 고민의 일단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만과 일본을 모두 잡아야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선발 투수의 배분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한국팀의 입장. 김경문 감독이 대만전에 컨디션이 가장 좋은 투수를 내보내겠다고 밝혔지만 한 수 위인 일본전에서 그보다 못한 투수를 내보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어불성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못미더운 마운드 보다는 차라리 타력에 중점을 두겠다는 것이 대표팀 코칭스텝의 결정이다.

반면 대만과 일본은 한국과 달리 마운드에 좀 더 중점을 두는 작전을 들고 나왔다. 대만 대표팀의 궈타이위 감독은 29일 국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전은 투수 쪽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공언했다. 전체적인 투수들의 기량으로 봤을 때 한국보다 못한 대만이지만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소속의 린언위와 린잉지에, 그리고 미국 무대에서 활약중인 차오진후이(LA)와 정송웨이(클리블랜드) 등 기본기를 갖춘 투수들을 앞세워 물량공세를 펼친다면 한국 타선을 3점 이내로 봉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도 마운드가 강점. 다르비슈 유(니혼햄)와 나루세 요시히사(롯데)이라는 걸출한 선발진이 버티고 있는데다 일본 최고의 마무리 3인방인 후지카와 큐지(한신), 이와세 히토키(주니치), 우에하라 코지(요미우리)가 경기 중반부터 줄줄이 등판한다면 상대팀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보통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면 마운드를 앞세운 팀이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단판승부라면 마운드의 높이는 경기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국대표팀이 방망이를 앞세워 대만, 일본과 '창과 방패'의 대결 구조를 만든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창으로 방패를 뚫으려면 우리 타자들이 상대의 마운드를 압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팀 타자들이 마운드의 열세를 만회하기에는 대만이나 일본의 투수력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김경문 감독이 기대하는 발 빠른 타자들의 기동력도 우선은 진루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이 대만이나 일본 마운드를 상대로 대량 득점을 얻어내기가 간단치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 역시 마운드에 중점을 둔 경기 운영이 절실하다.

타이중(대만)=정진구 스포츠동아 기자 jingoo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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