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日 야구박물관… 오승환 유니폼까지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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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돔내 전시실 年13만명 방문… 한국은 ‘3000점 역사’ 창고에

일본 도쿄돔 외부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온통 동판으로 장식된 벽을 볼 수 있다.

동판에 투수와 야수들의 역동적인 경기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고 벽 가운데에는 조그만 문이 있다. 바로 ‘일본 야구의 메카’로 불리는 야구박물관 입구다.

1936년 리그를 출범시킨 일본 프로야구는 1959년 도쿄 고라쿠엔구장 근처에 첫 야구박물관을 세웠다. 이후 1988년 개장한 도쿄돔으로 박물관을 이전해 올해로 20년째 야구팬을 맞고 있다.

○일본 야구박물관의 연간 방문객만 13만 명

2층 입구를 통해 내려가면 마치 지하처럼 느껴지는 1층 전시실로 연결된다. 크게 프로야구와 아마야구로 나뉜 전시실에는 선수 유니폼과 우승기, 기록지 등이 전시돼 있다. 소장 물품은 5만여 점에 이른다.

한국 관련 물품도 있다. 순환 전시를 한다는 이 박물관에는 지난달 오승환(삼성)의 유니폼과 1982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사용된 공이 전시돼 있었다.

입장료는 성인 500엔(약 4000원). 한 해 약 13만 명이 꾸준히 찾을 정도로 인기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박물관 안에 있는 야구도서관. 130㎡가 조금 넘는 공간에 야구 서적과 잡지 5만여 권이 비치돼 있다. 20여 개의 좌석에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비록 좁은 공간이지만 야구가 기록경기인 데다 ‘공부’하며 즐기는 야구팬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사서 오가와 아키코 씨는 “한 해 약 7000명이 이곳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 동영상 촬영 : 황인찬 기자

○창고에서 잠자고 있는 한국 야구 역사

야구가 도입된 지 올해로 102년째,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25년을 맞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체계적인 야구박물관이 없다.

이광환(한국야구위원회 육성위원장) 전 LG 감독이 소장품을 기증해 제주 서귀포시가 운영하는 ‘한국 야구 명예의 전당’과 삼성의 경산 볼파크에 ‘역사관’이 있다. 하지만 이들 박물관은 접근성이 떨어질뿐더러 성격상 한국 야구 역사 전체를 담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야구위원회 창고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2년 프로야구 출범 경기에서 던진 시구 공 등 약 3000점의 야구 관련 물품이 보관돼 있다. 하지만 적절한 전시 공간을 찾지 못해 빛을 볼 날만 기다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의 수익사업 전담 기구인 KBOP 양해영 이사는 “야구박물관이 없다 보니 귀중한 물품들이 소실될 우려마저 있다. 박물관 건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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