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을 400석에 우겨넣어라?…동대문야구장 대체구장 추진

  • 입력 2007년 7월 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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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정수장 간이야구장 조감도.
구의정수장 간이야구장 조감도.
‘전국 규모 야구대회 관중석이 400석?’

11월 동대문야구장이 철거되면 내년부터 황금사자기 등 주요 전국고교야구대회는 서울 광진구 구의동 구의정수장 용지 400석 규모의 간이야구장에서 열린다.

동대문야구장을 대신해 세워지는 구로구 고척동 야구장이 2010년 3월에야 완공되기 때문. 그러나 야구 관계자들은 400석짜리 간이야구장에서 전국 규모 대회를 치를 수는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본보가 6일 단독 입수한 ‘간이야구장 건립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총 197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구의정수장 용지 등에 6면의 잔디야구장을 짓는다. 올해 11월까지 구의정수장과 난지시민공원에 성인, 동호인 야구장을 완공하고 내년까지 3곳에 추가로 야구장을 조성한다. 구의야구장은 인조잔디와 조명시설을 갖췄지만 객석이 400석에 불과하다. 객석은 1루와 3루 측에 200석씩 잔디 계단 형식으로 조성되고 외야 쪽에는 객석이 없다. 나머지 간이야구장도 400석 수준이거나 객석이 아예 없는 곳도 3곳이나 된다.

서울시 김병하 지역중심반장은 “최근 고교야구 관중이 하루 200∼300명 수준이어서 구의야구장으로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결승전 같은 주요 경기만 목동야구장에서 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야구 관계자는 “황금사자기대회 같은 전국 대회에는 예선에도 1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다. 대회당 최고 1억2000만 원이나 되는 관중 수입도 보장 받을수 없기 때문에 목동야구장에서 전국 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구의정수장 주변 주민이 교통 체증과 환경오염을 이유로 야구장 건립을 반대해 객석 규모를 늘릴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병하 반장은 “자립형사립고나 교육타운 유치를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야구장을 친환경적으로 꾸민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고척동 야구장이 완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간이야구장을 활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황금사자기 등을 간이야구장에서 개최하면 가뜩이나 침체된 아마야구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관중 없는 야구대회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한 중견 야구인의 한탄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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