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의 축구 이야기]장기집권 눈먼 블라터 회장

  • 입력 2007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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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이면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4년의 추가 임기를 시작한다. 전 세계 축구인 중 단 한 명도 후보로 나서지 않아 블라터는 쉽게 연임에 성공했다.

블라터에게 반기를 들지 못한 FIFA 집행위원들은 반성해야 한다. 선거가 없다면 FIFA는 민주적이라고 할 수 없다. 도전이 없다면 블라터 회장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

얼마 전 한 법원은 FIFA가 거액을 투자한 파트너까지 속이며 자체 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블라터는 1998년부터 FIFA를 이끌어 왔고 계속 권좌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블라터는 잭 워너 북중미 및 카리브해 지역축구연맹(CONCACAF) 회장을 FIFA 집행위원으로 끌어들여 우군으로 만들었다. 워너는 여행사를 운영하며 지난해 월드컵 티켓을 팔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 인물이다. FIFA의 한 위원회가 팬들을 속여 이득을 취하는 워너의 행위는 비난받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워너는 FIFA의 정책을 결정하는 집행위원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의 로레타 프레스카 판사는 FIFA가 2010년과 2014년 1억8000만 달러의 후원을 제의한 두 회사를 속였다고 판결했다. 마스터카드는 8번의 월드컵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왔다. 그러나 FIFA는 비자카드를 선택했다. 프레스카 판사는 “FIFA의 한 관계자가 계약서의 서명까지 위조했다”며 “FIFA의 슬로건은 페어플레이다. 하지만 FIFA는 마스터카드를 페어플레이와는 전혀 딴판으로 대우했다”고 말했다.

블라터는 타고난 위기 탈출 전문가다. 그는 2003년 1090만 달러의 적자에 허덕이던 FIFA의 재정을 2007년에는 6억1700만 달러의 흑자로 대반전시켰다. 지난해 독일 월드컵은 흑자의 많은 부분을 그가 직접 나서 해결해 줬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과연 어떨까.

블라터는 가난한 나라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187개국에 ‘골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돈을 지원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회장 투표권을 갖고 있다. 이런 구조가 블라터가 썩었다는 비난 속에서도 권좌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그는 투명성을 얘기한다. 하지만 FIFA의 어느 누구도 블라터가 얼마의 연봉을 챙기는지 모른다.

블라터는 렌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나이가 많아 더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UEFA 수장 자리에서 밀어냈다. 요한손 회장은 77세, 블라터 회장은 71세다. 블라터는 아마도 80세까지 FIFA를 이끌려 할 것이다.

블라터는 은퇴할 경우 자신의 후계자인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이 뒤를 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블라터의 적수가 될 수 있다. 블라터는 지지 세력이 탄탄하고 재정도 막강하다. 그렇다면 언제가 블라터 회장에게 도전할 적기일까. 역사는 처음부터 과감히 싸우고 패한 사람이 다음 기회에 더 강력해진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조만간 수많은 남녀 대회가 생길 것이다. 그리고 블라터 회장은 FIFA의 재원을 키울 것이다. 그는 4년 뒤 20개의 대회를 새로 만들었다고 업적을 홍보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업적은 의도와 다르게 흐르기 마련이다. 전 세계 프로클럽들은 오래전부터 “대회가 너무 많아 선수들이 혹사당한다”고 FIFA를 비난해 왔다.

블라터의 업적은 그의 축구에 대한 비전을 보여 준다. 하지만 블라터 회장은 개인적인 욕심에 사로잡혀 잘못된 비전에 눈이 먼 것 같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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