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엘리트 스포츠]〈上〉꿈나무 찾기가 힘들다

  • 입력 2005년 10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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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엘리트 스포츠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88서울올림픽에서 4위, 지난해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9위를 하는 등 한국의 국가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런 외적 성과와는 달리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기본이 부실한 ‘속빈 강정’으로 불려 왔다.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문제점과 대안을 2회에 걸쳐 짚어 본다.》

“당신 같으면 애가 하나밖에 없는데 비전도 없는 육상이나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 선수를 시키겠어요?”

대한체육회 육상국가대표 후보선수 전임지도자 유문종(47) 씨는 “유망주 찾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다. 초중고교에 선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표팀 후보를 발굴하고 키우는 각 종목 28명의 전임 지도자가 똑같이 “이러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가 망할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엘리트 스포츠는 우수한 경기력을 가진 선수를 국위 선양을 위해 키우는 시스템. 이게 무너지면 스포츠 강국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빛나는 성적을 거둘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국위 선양을 위해 엘리트 스포츠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의 현주소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초중고교 선수가 줄고 있다는 점. 한국 엘리트 선수는 2003년 13만6588명에서 올해 11만606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육상 핸드볼 역도 등 비인기 종목에서 감소가 두드러진다. 육상의 경우 초등학교 선수가 2001년 2723명에서 올해 1672명으로 줄었다. 이종각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수원 원장은 “현재 비인기 종목의 경우는 선수가 없어 고사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미래가 없다

꿈나무 선수의 감소는 출산율과 연관이 깊다. 1자녀 가정이 늘면서 부모들이 운동선수를 시키지 않는다. 운동을 시키더라도 축구 야구 농구 등 속칭 인기 종목을 시킨다. 유문종 전임지도자는 “하나밖에 없는 아이에게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스포츠를 시키는 부모가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때 육상이나 체조 수영 등을 시작한 선수들이 중고교에서 인기 종목인 축구나 야구로 종목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정부 지원도 문제

엘리트 스포츠의 최고수인 국가대표를 훈련시키는 태릉선수촌도 시설 노후화와 예산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다. 올해 훈련비가 부족해 선수들이 훈련을 못했다. 1970년대 건립된 필승체육관과 감래관, 승리관은 군데군데 갈라지고 비가 새 훈련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다. 선수촌의 한 관계자는 “훈련비가 올해만 약 60억 원이 부족해 대표 선수들이 충분히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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