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회 ‘맨손 투혼’ 만으론 안통한다

  • 입력 2004년 8월 30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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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핸드볼 주장 이상은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감격스러운 은메달을 딴 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국내 핸드볼 대회에 구경 좀 오시라”고 뼈있는 말을 했다.

이상은뿐 아니라 이번 대회 비인기 종목에서 소중한 메달이나 새로운 기록을 세운 선수들은 한결같이 “평소에도 꾸준히 지켜봐 달라”는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아테네 올림픽을 끝내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대비해야 할 한국 스포츠는 이처럼 소외받는 종목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요청된다.

이번 대회를 통해 4년마다 한 번씩 올림픽 때만 반짝 빛을 받아서는 진정한 경기력 향상을 이룰 수 없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영호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딴 펜싱은 노메달에 그쳤고 태권도는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로 대만(금 2개, 은 1개)에 종합 1위 자리를 내줬다.

2000년 시드니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남자 하키는 4강에도 못 오르는 추락을 맛봐야 했다.

맨땅에서 일궈낸 기적이 4년 만에 현실의 벽에 부닥친 것이다. ‘헝그리 정신’과 ‘맨손 투혼’만으로 뭔가를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다.

베이징의 영광을 이루기 위해선 적절한 세대교체와 합리적인 선수 선발도 중요하다.

시드니대회 때 4강에 오른 여자 농구는 간판스타들의 도미노 은퇴에 따라 6전 전패의 수모 속에 최하위에 그쳤다.

일부 스타에 의존하던 여자 유도 역시 노메달에 머물렀다. 황영조 이후 10년간 남자 마라톤을 홀로 이끈 이봉주는 14위에 그쳤고 레슬링도 문의제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해 중량급에서 이렇다할 재목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

당장의 성적에 목매여 몇몇 선수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앞날을 위해 과감하게 유망주를 발굴하는 노력이 아쉽다.

한국은 이번에 금 9, 은 12, 동 9개로 9위에 올라 2위 중국(금 32, 은 17, 동 14개)과 5위 일본(금 16, 은 9, 동 12개)에 밀렸다.

특히 일본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순위가 역전되는 수모를 안았다. 중국은 차기 대회 개최국으로 이번 대회에 전력투구한 결과이며 일본 역시 기초 종목인 수영과 육상에서 큰 소득을 올렸다.

베이징 올림픽은 아시아 스포츠 3강의 판세가 여실히 드러나는 무대로 한국의 자존심 회복이 걸렸다. 앞으로 4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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