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오디세이]2500여년의 선율 ‘부추키’

  • 입력 2004년 8월 19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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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과 기타가 한 무대에 같이 선다면 어떨까. 낯선 풍경이라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겠지만 흥행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전통이란 일상의 삶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에서는 이런 장면이 낯설지 않다. 2500년의 역사를 가진 현악기 부주키와 근대악기 기타는 늘 붙어 다니며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려왔다. 역사의 민족답게 전통은 아직도 그들의 삶에 짙게 녹아 있음을 보여준다.

아테네의 밤은 그리스 특유의 음식과 와인, 유쾌한 대화에 이 부주키 선율이 더하여 밝은 빛을 낸다. 밤은 결코 '죽은 시간‘이 아닌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플라카 지구가 특히 그렇다. 이곳에선 밤새 내내 부주키 가락이 흐른다. 그리스인의 삶을 잘 보여준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에 부주키 선율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러므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만돌린 형태의 부주키는 기타와 비슷한 크기지만 울림통이 그보다 작다. 보통 줄이 4개(요즘은 3개짜리 개량형도 있음)이며 소리가 깊다. 기타가 마음을 울린다면 부주키는 몸을 떨게 한다. 부주키 선율이 흐르면 사람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연스럽게 몸을 비튼다. 그들은 노래보다는 춤을 더 즐긴다. 노래방을 즐겨 찾는 우리와는 정반대다.

만약 그리스 전통음악에 매료됐다면 렘베티카에도 도전해볼 일이다. 렘베티카는 1920년대 아테네와 피레우스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저항 음악이다. 물론 여기서도 부주키는 빠지지 않는다. 그리스에서 최고의 예술가로 존경받고 있는 이가 바로 렘베티카의 대가인 미키스 테오도라키스다. 그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비롯해 수많은 음악을 작곡했다. 그를 제쳐놓고는 그리스 대중음악을 얘기할 수 없다.

그리스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전통악기는 리라. 하지만 주로 크레타 섬에서만 연주되고 있어 본토에서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크레타에서조차 밤 12시가 넘어서야 가능하다. 고단한 여행자로선 그때까지 기다린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권삼윤 역사여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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