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올림픽]‘지상 최대의 패션쇼’ 톱모델을 잡아라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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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 그 올림픽은 ‘지상 최대의 패션쇼’ 무대다. 세계의 40억명이 텔레비전, 인터넷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아테네 올림픽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 만큼 기업들에 올림픽 선수들은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자 패션모델인 셈이다.

유명브랜드들 공식후원 통한 마케팅 경쟁 치열

기량-패션감각 갖춘 스타 ‘스포츠 아이콘’ 부상

●올림픽을 노려라=아디다스는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 선수단이 시상식 때 입는 옷부터 훈련복, 심지어 선수촌에서 입는 일상복까지 책임진다. 미국 이외에도 20개국 대표 선수들이 아디다스 옷을 입는다.


올림픽 스타들은 세계 패션에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 아이콘’. 아테네 올림픽에서 ‘스포츠 아이콘’ 후보로 거론되는 비너스 윌리엄스(사진 1)와 이언 소프(사진 2). 1976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인 도로시 해밀(사진 3)과 1988년 서울 올림픽 육상 100m, 200m 금메달리스트인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사진 4)는 뛰어난 기량과 파격적인 패션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리복은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 농구선수들과 스페인 크로아티아 스웨덴 폴란드의 육상선수, 한국 러시아 폴란드의 체조선수, 미국의 테니스 스타 앤디 로딕 등에게 유니폼을 제공한다. 나이키는 저스틴 게이틀린(육상 남자100m·미국), 펠릭스 산체스(400m허들·도미니카), 스테이시 드래길라(여자 장대높이뛰기·미국) 등 정상급 선수들의 공식 후원사다.

1896년 1회 아테네 올림픽을 포함해 초기 올림픽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각자 준비한 운동복을 입었지만 이제 기업이 대주는 옷을 입지 않고 나오는 선수는 많지 않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를 기점으로 급속하게 진행된 상업화로 올림픽은 이제 거대한 시장이 되어 버렸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미국 선수들의 유니폼을 디자인했던 의류회사 루츠캐나다는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미국 선수들에게 입힐 개폐회식 유니폼을 통해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솔트레이크대회 당시 선보였던 루츠의 베레는 개당 19.95달러에 100만개가 넘게 팔렸다.

나이키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육상 여자 400m에서 금메달을 딴 캐시 프리먼(호주)을 통해 ‘스위프트 수트’라는 전신 육상복을, 스피도는 수영 3관왕을 차지했던 이언 소프(호주)를 통해 첨단의 전신 수영복을 선보였다. 나이키와 스피도는 올림픽 이후 브랜드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스포츠 의류는 패션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가 1998년부터 ‘프라다스포츠’를 설립해 스포츠 의류 시장에 뛰어든 것이 하나의 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리투아니아 선수단복을 디자인했던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는 당시 “21세기 모든 패션디자인은 스포츠와 관련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스포츠 스타’에서 ‘스포츠 아이콘’으로=뛰어난 기량에 ‘튀는 패션’까지 겸비한 일부 선수들은 패션을 선도하는 ‘스포츠 아이콘’으로 대접 받는다.

1976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 때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딴 도로시 해밀(미국)은 당시 보이시한 단발을 선보여 수많은 여성의 헤어스타일을 바꿔놓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육상 여자 100m, 200m에서 금메달을 딴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는 상의와 하의가 일체인 유니폼에 다리 한쪽만 드러낸 파격적인 의상, 긴 컬러 손톱 등으로 육상 선수의 패션 바람을 일으켰다. 1996년과 2000년 올림픽 연속 육상 400m를 제패한 마이클 존슨(미국)은 96년 나이키의 금빛 신발에 이어 2000년 실제로 24캐럿의 금이 들어간 신발을 신어 주목을 끌었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누가 ‘스포츠 아이콘’이 될지가 큰 관심거리. 영국 가디언지는 수영의 이언 소프, 농구선수인 카멜로 앤서니(미국), 여자체조 스타 스베틀라나 호르키나(러시아) 등을 후보로 꼽았다. 파격적인 의상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여자 테니스의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도 주목 대상이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유정열(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년), 정경수(중앙대 경영학과 3년), 이민영씨(고려대 불어불문학과 3년)도 참여했습니다.

▼서울올림픽 계기로 급성장… 올 시장규모 2조 육박▼

2004 아테네 올림픽 축구 경기장에서 태극기 패션으로 응원하는 가수 이효리.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는 국내 패션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국내의 스포츠 의류 시장은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전반적인 패션도 이때부터 서구 패션의 맹목적인 모방에서 벗어나 한국적 미(美)에 대한 탐색을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000억원이 채 안 됐던 국내 스포츠 의류 시장의 규모는 서울올림픽 이후 대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진출하면서 연평균 30∼40%의 신장을 거듭해 90년엔 3000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올해는 시장규모가 2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대표 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88년과 92년, 96년 올림픽 때 대규모 패션쇼를 열어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사격에서 은메달을 딴 강초현은 깜찍한 외모로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당시 그가 입었던 헤드 유니폼도 덩달아 특수를 누렸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붉은색과 태극기 패션을 유행시켰다. 태극기는 스카프, 스커트, 두건, 끈 달린 톱, 보디페인팅으로 표현되며 국내 패션의 중심 상징으로 등장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을 맞아 올림픽 관련 신상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는 스포츠 의류 회사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 패션이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유현주씨(서강대 중어중문학과 4년)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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