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 너무 자랑스럽다”

  • 입력 2002년 6월 23일 18시 48분



“한국인이란 사실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한국 축구대표팀이 대망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데 이어 4강에까지 진출하는 위업을 이루자 ‘조국’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조국에 대해 무관심하고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20대 젊은이들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조국에 대해 새삼 관심을 가지면서 한국인이란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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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 행복해요. 미국, 일본 그 어떤 나라도 부럽지 않아요. 대한민국 ‘짱’이에요.”

22일 스페인전 때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하던 장윤희씨(20·여·대학생)는 “사실 그동안 조국이란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제 생각이 달라졌어요”라며 이렇게 말했다.

회사원 김유선씨(29·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역사책에서나 봐왔던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저력을 이제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앞으로의 삶이 기대되고 흥분되네요”라고 말했다.

미국 국적 대신 한국 국적을 선택한 박주영씨(29·회사원)의 감회는 남달랐다.

197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박씨는 미국 시민의 길을 택할 경우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도 있었지만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98년 군 입대를 통해 한국 국적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군 입대를 피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22일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목청껏 거리응원을 펼치며 한국의 4강 진출을 눈으로 지켜보던 그 순간 한국 국적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인이란 자긍심 때문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박씨처럼 ‘한국인’이란 사실 하나로 가슴 벅차하는 해외교포들도 늘고 있다.

캐나다 교포인 김병훈씨(27)는 “말로만 듣던 민주화 운동의 산실인 광주에서 ‘4강의 신화’가 창조되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어요”라며 “비록 한국 국적은 없지만 부모님이 한국인이고 내가 한국인이란 사실이 이처럼 자랑스러웠던 적은 없었습니다”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스페인전이 열린 날 서울시청 앞에서 ‘붉은 악마’가 된 미국 교포 엄수야씨(24·대학원생)는 “시위로 얼룩지고 건물과 다리가 무너져 내리며 외환위기까지 불어닥쳤다는 고국의 암울한 소식을 접했을 때마다 솔직히 부끄러움과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어요”라며 “하지만 이제는 미국에 돌아가 당당히 한국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해외 교포들의 현지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한국인이어서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 한인회 게시판에 ‘행복’이란 ID의 네티즌은 “정말 우리는 하나였다. 비록 한국에는 없었지만 난 내가 한국 사람이란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짝짝∼짜∼짝짝”이라고 썼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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