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들 축구에 광분"…NYT '정치와 축구관계' 분석

  • 입력 2002년 5월 27일 18시 51분


축구와 정치는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뗄 수 없는 관계인가. 사진은 독일 대표팀 선수들.
축구와 정치는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뗄 수 없는 관계인가. 사진은 독일 대표팀 선수들.
‘축구를 좋아하지 않은 독재자는 거의 없다.’

월드컵 경기가 30일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데 맞춰 뉴욕타임스 일요일판인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26일 ‘세계의 경기(축구)는 단지 경기만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축구와 정치의 관계를 분석했다.

9.11 테러 배후로 지목되는 오사마 빈 라덴이 살아있다면 세계 수십억 축구팬들처럼 TV를 통해 이번 월드컵 경기를 지켜볼 것이라고 매거진은 전했다.

빈 라덴은 1994년 재정지원자들을 만나기 위해 런던에 3개월 체류할 때 아스날 팀 경기장을 네 차례 찾았다고 매거진은 덧붙였다.

이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공개된 빈 라덴의 비디오 테이프에는 축구에 대한 언급이 두 차례 나온다.

하나는 그가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표현하면서 자신의 추종자가 꾼 꿈에서 알 카에다가 미국과 벌인 축구시합에서 완승을 거두었다고 말하는 대목.

다른 하나는 그의 조직원이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이 무너지는 순간 ‘자신의 축구팀이 승리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말하는 대목이다.

매거진은 이탈리아의 미디어 재벌로 프로축구팀 AC밀란을 인수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정치에 뛰어들면서 정당 이름을 축구 슬로건에서 따온 ‘포르자(힘내라) 이탈리아’라고 지었던 사례를 들면서 “정치인들은 자신을 축구와 연결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정치인들은 좋아하는 프로축구팀 셔츠를 입고 유세를 벌이는게 보통이며 최근 아르헨티나에서는 경제를 파탄낸 권력층을 비난하는 데모대들이 등에 ‘바스타(충분하다)’라고 쓴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매거진은 과거 사이비 막시스트들은 축구를 아편과 같은 것으로 여기고 군중조작의 도구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는 축구스타들과 함께 포즈를 잡기도 했다. 독일 나치정권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는 1941년 히틀러의 생일날 축구경기에서 독일이 스위스에 2 대 1로 지자 경기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가실 때까지 스포츠 교류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아들 우다이는 이라크 축구팀이 국제경기에서 지면 선수들에게 고문을 가하게 했으며 스탈린 시대 소련의 비밀경찰 총책 베리아는 상대 축구팀의 선수들을 시베리아로 유배보냈다.

리비아의 한 국내 경기에서 심판이 카다피의 아들들이 지원하는 축구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자 반 카다피 구호가 나왔고 카다피 아들들과 그 보디가드들이 군중들에게 총격을 가해 많은 사람들이 숨진 일도 있었다고 매거진은 전했다.

예외적으로 미국에는 축구 열기가 없어 미국팀이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며 여성이나 어린이에게나 인기라고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지적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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