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박찬호 『징크스를 벗어라』

  • 입력 1998년 2월 15일 21시 01분


《국어사전에는 ‘징크스’가 ‘재수없는 불길한 일’로 풀이되어 있다. 지난해 눈부신 활약을 했던 선동렬(35·주니치 드래건스)과 박찬호(25·LA다저스)에게도 징크스는 있다. 올해 이들의 활약은 징크스를 깨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호성기자〉》 선동렬은 올해 ‘짝수해 징크스’를 이겨낼지가 관심. 선동렬은 90년대 들어 홀수해에는 펄펄 날다 짝수해에는 어김없이 맥을 못추었다. 악연의 시작은 92년. 그해 4월11일 OB와의 폭우속 경기에서 완봉승을 올렸지만 그 대가로 어깨건초염을 얻었다. 이 해 성적은 85년 데뷔후 최악인 2승8세이브. 93년 마무리로 전향한 그는 10구원승 31세이브를 기록, 소방수로서도 최고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 음반제작 등의 ‘외도’와 지루한 연봉협상에 따른 훈련부족으로 또 다시 추락, 94년성적은 6승4패12세이브. 95년 그는 다시 비상했다. 32세의 나이에도 구속 1백55㎞의 빠른 공을 뿌려대며 5구원승 33세이브의 성적을 남겼다. 이때 9타자 연속 탈삼진의 대기록도 두번이나 세웠다. 그의 징크스는 대한해협 건너 일본에서도 이어졌다. 96년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일본 적응 실패가 겹치며 ‘국보급 투수’라는 자존심을 구기고 말았다. 2군까지 떨어지며 5승1패3세이브. 하지만 97년은 화려한 부활. 시즌 최다세이브 기록을 세우며 1승1패38세이브로 끝냈다. 홈런은 하나도 맞지 않고 방어율도 1.28로 수준급. 올해는 다시 짝수해. 선동렬이 올해엔 징크스를 피해갈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 박찬호가 넘어야 할 벽은 ‘2년생 슬럼프’. 엄밀하게 말해 박찬호는 2년생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뛰었으니 올해 2년생이라고 봐도 문제가 없다. 2년생 슬럼프는 신인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한 다음해 갑자기 부진한 것. 국내 야구에도 많이 나타났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메이저리그 초기의 2년생 징크스 희생자는 폴 데린저(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1931년 18승8패로 신인왕에 올랐지만 이듬해엔 곤두박질. 최근에는 플로리다 말린스 2루수 퀼비오 베라스가 대표적. 95년 내셔널리그 신인 최다인 56도루를 성공했던 그는 96년에는 8차례밖에 훔치지 못했다. 90년 포수부문 신인왕을 받았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샌디 알로마는 더 심했다. 0.290의 타율이 이듬해 0.217로 떨어졌고 66타점은 7개로 줄었다. 그는 이때 “야구외의 행사에 너무 많이 참가해 동계훈련때는 몸이 엉망이었다”고 털어놨다. 클리블랜드 하그로브 감독은 “신인은 주전에 들기 위해 열심히 한다. 하지만 2년생이 되면 열심히 하지 않는데도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경고한다. 박찬호도 지난해 기억들을 모두 잊어야 한다. 그리고 신인의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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