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대생 사건, 한국 입시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아”

  • 뉴시스
  • 입력 2024년 5월 11일 0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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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 평가’ 입시제도 지적…“인성 함양에는 무관심”
“생명 살리는 의사의 길이 학업 능력만으로 결정”

ⓒ뉴시스
동갑내기 여자친구 살해 혐의를 받는 최모(25)씨가 지난 8일 구속됐다. 최씨가 ‘수능 만점자’, ‘명문대 의대생’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왜곡된 교육시스템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가 범죄를 불렀을 수 있다고도 봤다.

11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는 과거 ‘수능 만점자’로, 각종 매체와 인터뷰에서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간호사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의술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이국종 교수가 롤 모델로,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두 전문가는 점수화된 정량 지표로 이뤄진 한국 입시제도가 공감능력 등 인성 함양에는 무관심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시민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되는 길이 학업 능력 평가만을 위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윤지관 덕성여대 명예교수는 “전반적으로는 우리 교육 시스템이 입시 중심이고, 인문적인 소양이나 인간 성장 부분에는 취약하다”며 “그런 부분이 공부는 잘하지만 건강한 인간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을 만드는, 일종의 병적인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대학입시 제도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의해서 희생·봉사를 해야 될 학생들이다. (하지만 한국 대입제도는) 의대생을 뽑으면서 그러한 자질이 있는지를 전혀 안 본다”고 지적했다.

당초 학생을 선발할 때 정신·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생이 의사로서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파악해야 하는데, 선발 당시에는 그런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학생 선발 이후에도 대학에서는 윤리 교육이라든지 헌신, 희생 등의 자질을 충분히 길러주지 않는다”면서 “의대를 비롯해 소위 명문대들은 (선발 과정에서) 점수 뿐 아니라 리더로서의 자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학교 생활 적응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별 통보가 더해진 것이 최씨의 범죄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최씨는 학업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의대 진학 후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를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와 같은 의대에 재학 중인 지인들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한동안 (최씨가) 학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크게 방황했다”며 “수업도 자주 빠졌고, 여행을 자주 갔다” 등의 증언을 했다.

의대 공부에 어려움을 느껴 학업을 소홀히 했던 최씨는 2020년 한 차례 유급하며 동기들과 멀어졌다. 최씨는 최근 의대생들이 추진한 ‘정원 확대 반대 동맹 휴학’에도 불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교수는 “(의대라는 조직은) 자기 그룹에서는 우수했던 학생들을 모아둔 곳이기에 거기서 생겨나는 중압감,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비슷한 사례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률이 다른 대학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비슷한 실력 안에서도 우열이 있기에, 자랄 때는 굉장히 우수해 의대에 진학했던 학생은 아무래도 자존심이나, 삶에 대한 태도 등이 그에 따라서 형성됐을 텐데, 대학에 입학하며 자기가 갖고 있던 자기 상이 유지될 수 없는 환경일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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