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아들 홀로 키우던 40대 아빠…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 새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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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16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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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8살 아들을 홀로 키우던 40대 아빠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뇌사상태에 빠지자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경모 씨(43)가 3월 19일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조직기증으로 100여 명의 아픈 이에게 새 삶의 희망을 전했다고 16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3월 17일 자택에서 잠을 자다가 발생한 뇌출혈로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이후 김 씨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을 기증하여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인체조직기증으로 백여 명 환자의 기능적 회복을 도왔다.

김 씨의 가족들은 뇌종양 등으로 오랜 병원 생활을 했기에 환자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고, 김 씨가 좋은 일을 하고 떠나면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날 것 같다며 기증을 결심했다.

전라남도 완도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 씨는 8살 아들을 홀로 키우며 세상 누구보다 든든한 아빠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왔다. 아직 어린 아들을 남겨 놓고 떠나야 했기에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더했다.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나서서 돕는 마음씨 따뜻한 사람이었던 김 씨는 삼성전자 배송 설치 기사로 일하며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교회를 다니는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의 어머니는 “8살 아이에게 아빠가 하늘나라에 갔다고 말하니 그럼 언제 만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나중에 천국에 가면 만날 수 있다고 말해주었지만, 아빠를 찾는 아이에게 하늘에서 아빠가 내려다 봐줄 거라는 말 밖에 해 줄 수 없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먼저 하늘로 떠난 아들에게 “엄마한테 마지막 갈 때 말 한마디 하고 가지. 엄마가 애들 잘 보살펴줄 테니, 하늘에서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 사랑한다. 아들아”라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한편,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변효순 원장 직무 대행은 “생명 나눔을 통해 4명의 생명과 백여 명의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 주신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 생명 나눔은 사랑이자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한 분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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