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6개 갖는 시대인데…한국 교육은 대학 마치면 끝”

  • 뉴시스
  • 입력 2024년 3월 2일 0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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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위 대토론회…국가교육발전계획 '첫 단추'
저출생·고령화…"평생학습으로 교육 다시 짜자"
"과거엔 교육은 곧 학교…독점적 지위 사라져"
尹 반도체 학과 증원 논란에 "50대는 안 되나"
"31세 취업해 49세 희망퇴직…노후파산 귀결"

“앞으로 6개의 직업을 갖게 된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우리는 6번째 직업에 대한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6번째 직업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하버드를 나온 학생은 세상이 변해도 능히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향후 10년 간의 우리나라 교육 정책 기조를 논의하는 첫번째 토론회에서 초중고와 대학 교육까지도 평생학습의 관점으로 교육 틀을 다시 짜자는 주장이 나왔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대전환의 시대, 우리 교육의 길’을 주제로 가진 올해 첫 대토론회 기조 강연에서 이같이 제언했다.

한 사무총장은 과거에 만났던 교사들이 “우리 학교엔 졸업장을 주고 성적을 인증하는 기능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면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학교를 떠올리는 상징 중 하나가 시계이듯, 적어도 과거 학교는 ‘시간 약속에 늦지 말라’는 식의 현실 역량을 가르쳤지만 이젠 그것조차도 잃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유네스코2050 보고서’로 교육계에 알려진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를 인용, 모두에게 평생 동안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학교가 문을 닫고 교육이 중단되던 2021년 나왔다. 유네스코가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면서 제시한 기본 원칙 중 하나를 전한 것이다.

한 사무총장은 유네스코2050 보고서의 취지에 대해 “교육에 대해 사회 구성원은 무엇을 기대하는지 근본적으로 검토해 보자고 역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교육은 어떻게 가야 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 기본적 인권이다’, 그래서 교육에 대한 권리를 재확인해야 한다”며 “평생교육 관점에서 교육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사무총장은 “인간 수명이 80세를 넘어가기 시작한 이제는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생애 초기 몇 년에 뭘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학교가 가지고 있던 독점적 지위는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 교육이란 곧 학교 교육을 뜻하는 것이었지만,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겐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을 사례로 들며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반도체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면서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도 푸는 방안을 검토했을 당시 교육계엔 지방대 위기 논란이 있었다. 정부는 이후 첨단분야 학과 입학정원을 대폭 증원했다.

한 사무총장은 당시 논란을 되새기면서 “40대 이상 성인들 중 우리나라에서 자기 다니고 싶은 대학, 다니고 싶은 전공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첨단분야 인재를 굳이 20대 대학생에서만 찾지 말고 50대 성인에서 찾으면 안 되냐는 의미다. 대학의 첨단분야 학과를 만드는 데 치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도 평생학습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며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대졸자 신입직원 평균 연령이 31세였고, 희망퇴직 등 비자발적 퇴직의 평균 연령이 49세에 불과하다”며 “학생과 학부모는 취업까지 31년 간의 교육 투자를 하게 되는데 안정적 소득을 얻는 기간은 19년에 그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노후파산, 노인빈곤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며 “이런 상황을 기피하기 위해 젊은 부부들이 아이 출산을 기피한다고 조사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선경 청주교대 과학교육과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강조한 평생교육의 개념이 다소 개인적 학습의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사회 통합성과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지속발전교육’과 ‘기후변화교육’, ‘탄소중립교육’과 같이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번 토론회에 이어 다양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연내에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가교육발전계획에는 수립 이후 10년 간 적용될 교육비전과 중장기 교육 정책 방향 등이 담긴다. 교육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만 한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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