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받은 임금만 1300억…“이주노동자 확대 필요, 체불 먼저 해결해야”

  • 뉴스1
  • 입력 2024년 1월 4일 0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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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E-9) 도입 규모를 지난해 12만명보다 37% 늘린 16만5000명으로 확정했다.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최대 규모다.

고용 허용 업종도 호텔·콘도업, 음식점업, 임업, 광업 등으로 확대했고 받아들일 외국 국가 또한 아시아 16개국에 타지키스탄을 추가해 8년 만에 17개국이 됐다.

여기에 더해 법무부는 최근 내놓은 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가사·요양보호 등 돌봄 분야까지 외국 인력이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올해 우리나라에서 일할 이주노동자는 지난해의 두 배 정도 된다.

이주노동자를 늘리기로 한 것은 산업 현장의 만성적인 인력난 때문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는 증가하는데 그들이 받는 처우에는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지난해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액만 1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노동자의 기본권 문제가 여전한데 무리하게 인력만 늘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추정 임금체불 1300억…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도 전액 삭감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 등 노동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의 ‘이주노동자(미등록 체류자 포함) 임금체불 현황’에 따르면 이들의 체불임금은 2018년 972억원, 2019년 1217억원, 2020년 1288억원, 2021년 1184억원, 2022년 1223억원 등으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2년만 놓고 보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체불임금이 1086억원(5인 미만 540억원)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해 노동 환경이 열악할수록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자국민의 한국 내 이주노동이 허용된 16개국 대사관 역시 임금체불 문제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뉴스1이 이들 16개국의 주한 대사관에 자국민 임금체불 문제 관련 질의를 했지만 돌아온 답은 하나도 없었다.

이주민 노동자를 지원하는 ‘지구인의정류장’ 관계자는 “대사관들이 쿼터제가 줄어들 것을 염려해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국회는 이에 동의했다.

2004년 12월 처음 개소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문화적 차이와 언어의 한계로 한국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고충 상담, 갈등 중재, 한국어 교육, 문화 교류, 생활·법률·직업 정보 제공 등으로 도움을 줬다.

전국 9개 거점센터와 35개 소지역센터로 운영됐는데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지원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며 지원 방식을 개편하기로 하는 바람에 20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고용부는 “민간단체 위탁이 아니라 지방고용노동관서와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주노동자로서는 자신들을 지원하던 기관이 사라져 임금체불 문제 해결 등에서 불안감이 크다.

이주노동자의 임금체불 소송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임금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자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마당에 이주노동자만 늘리는 결정이 옳은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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