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란 없다, 관리만 있을 뿐”…원인불명 ‘염증성 장질환’[헬스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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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20일 1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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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휴게소(창원방향) 화장실에 전국 고속도로에서 최초로 염증성 장질환자 배려화장실이 설치됐다. 사진은 충주휴게소에서 현재 운영 중인 배려 화장실 모습. 2023.11.16./ⓒ 뉴스1 김기성 기자(충주휴게소 관계자 제공)
2016년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휴게소(창원방향) 화장실에 전국 고속도로에서 최초로 염증성 장질환자 배려화장실이 설치됐다. 사진은 충주휴게소에서 현재 운영 중인 배려 화장실 모습. 2023.11.16./ⓒ 뉴스1 김기성 기자(충주휴게소 관계자 제공)
“아프고 급한 분을 위해 양보해 주세요. 복통·설사를 동반하는 질환자에게 화장실의 편안한 이용을 배려해 주세요.”

2016년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휴게소(창원 방향) 화장실에 전국 고속도로에서 최초로 특별한 화장실 칸이 마련됐다. 비슷한 시기 서울지하철 2·3호선이 지나는 교대역을 비롯해 전국 주요 종합병원에도 이 같은 화장실이 설치됐다. 바로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위한 배려 화장실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입부터 대장에 이르는 소화관에 염증이 생기는 난치성 만성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다. 크론병은 소화관 전 범위에서 나타날 수 있고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서만 발생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두 질환 모두 불시에 장기간 설사와 복통이 발생했다 사라지길 반복해 일상생활에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최근 이 질환을 앓는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만2800여명이었던 염증성 장질환자 수는 지난해 약 9만4900명으로 30% 늘었다.

특히 사춘기와 2차 성징이 나타나는 15세 전후로 환자 수가 급격히 벌어진다. 2018년 15세 미만 아동 청소년들의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는 약 1100명인 반면 같은 시기 15~19세 환자 수는 3500명대를 훌쩍 넘는다.

이런 추이는 대한장연구학회가 발간한 ‘2020 팩트 시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연령별 2019년 크론병 환자 수는 10대 1780여명이고 20대는 6265명으로 4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같은 시기 20대 궤양성 대장염 환자 수는 약 4800명으로 10대의 881명보다 6배 가까이 많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질환자가 부쩍 늘어나는 만큼 해당 연령대의 부적절한 생활 습관이 질환 발현에 영향을 줄 것이라 짐작하는 건 금물이다.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 원인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보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3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거의 없던 이 질환이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환경적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면서 “최근 십여년 동안 확산한 육류 중심의 서구화된 식습관, 면역 불균형이 원인으로 추정되나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이른 나이에 나타나지만 구체적인 발생 원인을 알 수 없고, 증상이 언제 다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의심이 들 경우 주기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내시경 등 검사를 받고 초기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성 장질환의 주요 경고 신호는 바로 복통·설사의 지속 기간이다. 단순 복통과 설사는 1주 내외로 회복할 수 있다. 이를 넘어서 설사가 반복되고 지사제와 같은 의약품을 써도 약효가 없을 경우 또는 혈변을 본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이 심할 경우에는 염증이 부어올라 협착을 일으킬 수도 있어 전문가와의 상담 후 내시경 등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원인불명의 난치성 만성질환인 만큼 치료의 목적도 소화관에 생기는 염증의 정도를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방법과 관리법 역시 장내 염증 자극을 줄이는 식습관을 가지고, 관해기(증상완화기)에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해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 최선이다.

금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에 완치란 없다. 오직 관리만 있을 뿐”이라며 “음주와 흡연이 염증성 장질환에 끼치는 악영향은 여러 논문에서 이야기한 만큼 반드시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시에, 그것도 장기간에 걸쳐 탈수가 발생하면 체중과 근육이 줄고 몸이 금방 쇠약해져 질환을 이겨내기 더 어려워진다”면서 “약물치료와 함께 관해기에는 육류와 채소를 고루 섭취하고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비축하는 게 중요하고, 활동기(증상발현기)에는 기름진 식사와 자극적인 음식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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