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인다며 국고 받았는데…수도권大 5곳, 정원 되레 늘었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23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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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국고 내걸고 선제적 정원 감축 유도
1년도 안 돼서 첨단분야 정원 증원 드라이브
수도권大, 국고 받고 줄인 정원의 1.5배 증원
"필요한 인재는 필요" vs. "지방대 위기 심화"

학령인구 감소 위기 속 입학 정원을 줄이고 인센티브 명목으로 국고를 타 간 일부 대학이 다시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이유로 줄였던 규모보다 더 많은 정원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2022~2025학년도 입학정원을 줄이는 ‘자율혁신과 자발적 적정규모화 계획’을 내고 국고를 받는 일반대 55곳 중 16곳이 내년에 첨단학과 정원을 늘렸다.

이 중 12곳은 줄였던 학부 입학정원(교육부 인정인원)보다 더 많은 정원을 늘렸다.

수도권 대학은 ▲고려대(서울)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시립대 ▲한성대 ▲한신대 5곳, 나머지는 비수도권으로 ▲경북대 ▲고려대(세종) ▲금오공대 ▲부경대 ▲창신대 ▲충북대 ▲한밭대 7곳이다.

서울 고려대는 ‘선제적 정원감축’ 명목으로 7억4300만원을 받았고, 줄인 정원은 단 5명이었다. 이후 첨단분야에서 111명(순증 56명)을 더 챙겨 최종적으로 정원 106명을 늘렸다.

이런 식으로 이들 12개교에 지급된 국고 인센티브는 55억1900만원에 달하는데, 되레 정원은 도합 789명이 늘어났다.

수년 간 이어진 저출생으로 이미 대학들이 한 해 뽑는 정원보다 학생 수가 적은 ‘데드크로스’가 일어난 상태인 만큼,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과제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의 ‘적정규모화 계획’은 학생 모집을 줄여 등록금 수입을 스스로 포기하는 대신 손해를 보전하는 성격의 지원금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설계됐다.

이는 지난 2021년 12월 국고 일반재정지원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발표됐다. ‘살생부 평가’라 불리는 ‘기본역량진단’을 통과한 중상위권만 참여할 수 있었다. 일반대 몫 인센티브로 마련된 국고만 1000억원(1교당 최대 60억원)에 달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5월까지 적정규모화 계획을 제출 받아 심사를 거쳐 같은 해 9월 결과를 발표하고, 지원금 86%가 지방대에 지원됐다며 “지방대가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보다 두 달 전인 7월 교육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문에 따라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마련하고 첨단분야 학과 모집정원 증원을 추진했다.

같은 해 8월 대통령령인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고쳐 교수만 기준 이상을 확보하면 증원이 가능하도록 만든 뒤 대학들의 신청을 받아 올해 4월 그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적으로는 적정규모화 계획에 따라 일반대 55개교에서 입학정원 7126명을 줄이고 첨단분야는 16개교에서 626명을 늘렸으므로 감축 규모 대비 14%에 그친다.

문제는 수도권이다. 국고 인센티브를 걸고 13개교에서 177명을 줄였지만, 첨단분야 증원은 단 5개교에서 전체 감축 규모의 1.5배에 이르는 260명을 승인했다.
이를 두고 경쟁력 없고 외면 당하는 학과의 모집 정원을 줄인 대신 국가적으로 필요한 첨단분야 인재를 더 기를 수 있게 해 준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적정규모화 지원금과 첨단분야 인재 양성은 다른 사안”이라며 “첨단분야 증원은 대학 구조조정 기조 속에서도 필요한 인력은 늘려야 한다는 기조에서 추진이 시작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적정규모화 지원금은 대학이 모집정원을 줄이면서 영구적으로 잃는 등록금 수입에 비하면 현저히 적다”며 “정부 정책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정원을 늘리지 말라는 것은 정부에 협조하지 않은 대학만 이득을 보는 꼴이 돼 형평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12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강조하고 있는데, 수도권 대학 증원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지난해 7월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 발표를 전후로 수도권 대학들도 정원을 늘려 주겠다는 방침이 나오자 지방대 총장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애초 서울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대학이, 또 지방에서도 거점 국립대보다 사립대가 학생 모집이 더 어려운 만큼 구별 없이 정원을 늘려 주면 지방대는 정원 미달이 더 심화되고 혁신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의원은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며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정작 1년도 안된 시점에 첨단분야라는 이유로 수도권의 정원 증원을 승인한 셈”이라며 “정부의 대학 정원감축 기조가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 인력양성을 위한 규제 완화 한마디에 변경된 것”이라고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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