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스토킹범죄, 누적·포괄 평가해 공포심 느끼면 충분”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20일 0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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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서 징역 1년, 40시간 프로그램 이수
2심서 공소장 변경…징역 10월, 40시간 선고

스토킹범죄는 피해자가 객관적·일반적 관점에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끼면 성립할 수 있고, 피해자의 불안감은 누적·포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A씨는 피해자 B(33)씨와 결혼해 4명의 자녀를 두고, 2017년 가정폭력 등으로 이혼했다. 이후 2021년께 A씨로부터 성폭행 당한 B씨는 A씨를 상대로 접근금지명령을 신청하는 등 A씨를 만나는 것에 대해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A씨는 2022년 7월께 B씨의 주거지에 찾아가 현관문 앞에서 B씨 및 자녀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등의 방법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 또 그 때부터 같은 해 11월께까지 총 7회에 걸쳐 B씨의 주거지에서 B씨 및 자녀들을 기다리거나,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치는 등의 방법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했다.

1심에서는 A씨에게 징역 1년,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B씨에 대한 범행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점, 스토킹 행위의 횟수,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죄전력, 피해자를 위해 300만원을 형사공탁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항소했다. 스토킹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침해범으로서, 개별적인 스토킹 행위가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A씨의 행위는 B씨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2심에서는 검사의 공소장 일부 변경에 따라 원심 판결을 파기했지만,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10월과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재판부는 스토킹처벌법이 정의하는 스토킹 행위는 침해범이 아닌 위험범으로 해석된다고 정의했다.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인 경우에는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느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그러한 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각 행위 당시의 상태, B씨가 매번 A씨의 행위를 112에 신고했으며 경찰관이 출동해 A씨의 행위를 제지한 점 등을 종합하면 B씨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행위”라며 A씨의 행위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은 A씨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원심 결론에 있어서 수긍할 수 있지만, 판시에는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심에서는 A씨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 부분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A씨와 B씨가 자녀들에 대한 양육 문제로 평소 적지 않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B씨의 요청으로 A씨가 주거지 수리 등에 관여한 점, B씨도 A씨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오면 언제든지 받아줄 수 있고 그 경우에는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느낀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의 행위가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가족에 접근하는 스토킹 행위는 그 행위의 본질적 속성상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개별 행위라 하더라도, 반복돼 누적될 경우 상대방이 느끼는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 비약적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A씨가 단기간에 수차례 반복한 행위들은 누적적·포괄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누적적·포괄적으로 일련의 스토킹 행위를 반복했고, 각 행위를 포함해 ‘스토킹범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그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스토킹 행위, 스토킹범죄 성립을 위해서 상대방의 현실적인 불안감 내지 공포심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과, 객관적·일반적 관점에서 피해자로 하여금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최초로 판시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또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개별 행위더라도, ‘누적적·포괄적’으로 평가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일련의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최초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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