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경제자유구역… 세계가 주목하는 바이오 허브 도시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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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맞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공항-송도-청라-영종 등 지정
송도, 세계적 바이오 도시로 성장
현재 외국인 투자기업 수 206곳, 거주 인구도 54만명으로 늘어나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전경. 센트럴파크 공원과 가운데 가장 높은 동북아트레이드타워가 보인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전경. 센트럴파크 공원과 가운데 가장 높은 동북아트레이드타워가 보인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1998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1%를 기록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확실한 처방이 필요했다. 2003년 8월 11일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2001년 개항)과 송도·청라·영종 등 3개 지역을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FEZ)으로 지정한다. 글로벌 기업이 입주한 빌딩들이 즐비한 상하이·홍콩·싱가포르 같은 동북아 최대 비즈니스 허브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15일 개청 20주년을 맞는다. 국내 첫 경제자유 구역인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이끌고 있는 인천경제청은 지난 20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국내 경제자유구역을 선도하고 있다.

● 20년 만에 바이오 허브 도시로 성장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로 조성된 송도국제도시는 국내외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2030년까지 송도 4·5·7·11공구의 산업시설·교육 연구용지 일대 총 2000만 ㎡에 조성 중인 송도바이오클러스터에는 현재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빅3 바이오 기업이 입주해 있다. 머크, 싸토리우스, 생고뱅 등 글로벌 바이오 원·부자재 기업들이 대규모 연구개발 및 제조시설에 투자를 진행하면서 송도는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로서의 위상을 확보했다. 여기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송도 11공구 내 바이오의약 플랜트 건립을 위한 토지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우뚝 올라섰다.

올해 기준 116만 L 규모로 단일 도시 기준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이 완공되면 130만 L의 생산 역량을 갖추게 되고 6, 7, 8공장이 완공될 경우 총 170만 L의 생산 능력을 자랑하게 된다.

인천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설립할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를 유치했다. 바이오 공적 기능을 확대하는 등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의 위상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WHO는 지난해 2월 중·저소득국 백신 자급화를 위한 ‘글로벌 바이오 인력 양성 허브’로 한국을 단독 선정했다.

송도는 정부가 주관하는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한 ‘K바이오 랩 허브’ 사업지로도 선정됐다. 향후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과 기술력을 가진 우수 바이오 기업들이 잇달아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송도에는 6월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와 제약바이오실용화센터가 함께 착공됐다. 이들 센터는 내년 말 준공된다.

● ‘퀀텀 점프(대도약)’ 도전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외국인 투자기업 수는 2003년 3곳으로 시작해 2018년 146곳, 2020년 171곳으로 늘어났고 10월 초 현재 206곳에 이른다. 지구별 외국인 투자기업 수는 송도 143곳, 영종 53곳, 청라 10곳이다.

거주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 첫해인 2003년 2만5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2006년 5만 명, 2011년 1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8월 기준 43만 명을 넘어섰고 개발이 마무리되는 2030년에는 54만6000여 명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실적도 올해 7월 말 현재 147억56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국내 9곳 경제자유구역의 총신고액 208억 달러의 70%가 넘는 수치다. 국내 외국 자본 유치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만들어진 녹색기후기금(GCF)을 비롯한 15개 국제기구가 송도 G타워에 입주해 있다.

세계 유수의 교육 기관을 유치하면서 인재도 몰리고 있다.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는 뉴욕주립대(SBU)를 비롯해 조지메이슨대, 겐트대, 유타대,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등 5개 외국 대학이 입주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컴퓨터과학과, 데이터과학과, 게임디자인학과, 영화영상학과, 생명공학과, 패션디자인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최적화된 학과를 운영해 졸업생 가운데 다수가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 첨단산업 분야 등에 진출하고 있다. 4월 말 현재 5개 외국 대학의 충원율은 89.3%에 달해 글로벌 교육 허브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0년 송도 채드윅 국제학교, 2011년 청라 달튼 외국인학교가 문을 열었고 최근에는 칼빈 매니토바 국제학교가 문을 열었다. 인천경제청은 현재 해로 스쿨(Harrow School)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송도를) 2025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도시 세계 2위”로 예측했다. 미국 CNN은 “송도가 미래 도시 개발의 해답”이라고 찬사를 보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최첨단 친환경 기술의 시험대”라며 호평했다.

●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

현재 경제자유구역 내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의 신규 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와 투자 심사를 이행해야 하는 강제 규정에 대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은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으로 추진되는 정부 주도 사업”이라며 “타당성 조사와 투자 심사를 면제하는 등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외자 유치 등 사업의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도록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사업의 심사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자유구역의 개발 이익 재투자 대상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 기반시설이나 공공시설이 이미 충분히 설치된 경우 개발 이익의 재투자 대상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20년 만에 현재와 같은 도시를 조성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이로운 성공 사례”라며 “생명과학과 건강, 안티 에이징을 테마로 한 다양한 투자 전략으로 세계 초일류 도시로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경제자유구역#바이오 허브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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