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급증세, 전년 대비 2.4배…“폭염으로 내년엔 더 늘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5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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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감염병인 말라리아 환자가 국내서 급증하고 있다. 올해 누적 감염자가 500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하고 예방수칙을 준수해줄 것을 당부했다.

● 지난해 환자 수 이미 넘어서
15일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둘째 주(6~12일)까지 확인된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총 513명이다. 지난해의 경우 같은 시점의 누적 환자 수가 211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2.4배에 이르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한 해 1000~2000명대의 말라리아 환자가 꾸준히 발생했다. 하지만 말라리아 방역 사업이 효과를 내면서 2010년대 이후부터 한 해 환자가 1000명 이하로 줄었다. 특히 2020년부터는 한 해 환자가 500명 미만으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야외 활동이 줄어든 까닭이다. 질병청은 지난해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순차적으로 해제된 것이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세로 돌아선 주된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병청은 3일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달 중순 경기 파주시에서 채집한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 유전자가 발견된 데 따른 조치다. 질병청 관계자는 “채집한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발견됐다는 건 말라리아가 그만큼 많이 퍼져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년에는 국내 말라리아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좋아하는 덥고 습한 환경에서 더욱 퍼지는 특성을 보이는데,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6개월~1년 이상의 긴 잠복기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올해 폭염의 영향은 내년도 환자 추이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48시간 간격으로 증상…치명률은 낮아
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다. 삼일열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렸을 때 감염되며, 감염 후 6개월~1년이 지난 시점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증상으로 발열과 오한, 구토, 두통 등이 있는데, 48시간을 주기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확진되면 항말라리아제를 복용해 치료할 수 있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증상이 호전돼도 의사 처방에 따라 끝까지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삼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제대로 치료받으면 치명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해외 열대 지역에서 유행하는 ‘열대열’ 말라리아의 경우 치명률이 10%에 이른다. 국내 환자 중 약 10%는 해외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말라리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경기 북부와 인천, 강원 일부 지역이다. 북한의 경우 말라리아 방역 상황이 한국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에 국내서도 북한과 접경 지역에서 말라리아 발생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특히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는 전체 국내 발생 말라리아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다. 4~10월에는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야간 시간대에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시엔 긴 소매, 긴 바지를 입는 게 좋다. 모기 기피제를 몸에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질병청은 “국내 위험 지역에 거주하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말라리아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속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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