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실금, 질염인데 병원 안 가요”…여성들이 산부인과 기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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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28일 0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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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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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세 성인 여성 10명 중 1~2명은 부인과 질환으로 몸이 불편한데도 산부인과 진료를 받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증세가 가볍지 않았는데 진료받지 않은 주된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 △산부인과 검진이 불편해서가 꼽혔다.

2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복지포럼’ 7월호에 최승아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여성의 부인과 의료 이용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의 논문을 이같이 게재했다. 논문을 보면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라 주요 부인과 건강 문제와 미충족 의료 경험률에 차이가 있었다.

우선 최 교수는 2022년 질병관리청이 전국의 여성 가운데 △13~18세 청소년 1019명 △19~64세 성인 3533명(19~39세 1376명, 40~64세 2157명) △65세 이상 노인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여성의 생애주기별 성·생식 건강조사’ 내 의료 이용 설문 결과를 추출했다.

앓고 있는 생식기계 질환이 있느냐고 물은 뒤에, 해당 질환을 선택하게 했는데 ‘질염’에 대한 13~18세 ‘청소년’과 65세 이상 ‘노인’의 응답은 각 10% 미만으로 드물었으나, 19~39세 ‘초기 성인’에서는 27.5%, 40~64세 ‘중장년’에서는 20.5%로 4~5명 중 1명에게 있었다.

요실금의 경우 중장년에서 10.2% 확인됐다. 생식기계 질환이 없다고 답한 경우는 초기 성인 65.2%, 중장년 64.1%였다. 이는 “19~64세 여성의 30~40% 응답자는 적어도 한 가지의 생식기계 질환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최 교수는 판단했다.

부인과 건강 문제에 대한 의료 미충족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연령대에 따라 달랐다. 19~39세 초기 성인에서 15.4%로 가장 높고 65세 이상 노인에서 0.5%로 가장 낮았다. 경험은 초기 성인에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고, 청소년(8.4%)과 중장년(9.4%)에서 유사한 비율을 나타냈다.

부인과 건강 문제에 대한 의료 미충족 경험의 이유 ⓒ News1
부인과 건강 문제에 대한 의료 미충족 경험의 이유 ⓒ News1
부인과 건강 문제별로 보면 질염을 진단받은 여성의 경우, 부인과 진료에 대한 미충족 경험률은 성병에서 29%로 다른 부인과 문제에 비해 높았다. 부인과 건강 문제에 대해 의료 미충족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연령대를 막론하고 총 505명이었다.

최 교수는 이 중 미충족률이 매우 낮은 노인 5명을 제외하고 총 500명의 의료 미충족 경험에 대한 이유를 봤다. 공통으로 흔한 이유는 ‘증세가 가벼워서’, ‘시간이 없어서’,‘산부인과 검진이 불편해서’였다.

‘시간이 없어서’라는 답변에 청소년, 초기 성인의 응답률이 40%대로 나타났고 ‘산부인과 검진이 불편해서’라는 답변에는 청소년, 초기 성인, 중장년의 응답률 모두 40%대로 고르게 나왔다.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를 보면 청소년에게서는 ‘임신 등 주변의 오해’가 비교적 많았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각 생애주기에 따라 여성은 다양한 문제로 부인과 진료를 필요로 하는데 요실금과 질염같이 불편감이 주 증상인 부인과 질환에 대해 부인과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초기 성인과 중장년기는 여성의 생애주기에서 사회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출산과 육아, 돌봄의 부담이 큰 시기라 많은 여성이 부인과 진료를 받을 시간이 없다고 답했을 것으로 최 교수는 진단했다.

이어 “검진 불편감과 산부인과에 대한 오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치료받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한국 여성 청소년과 초기 성인에서의 부인과 진료에 대한 높은 미충족 수요는 부인과 진료 불편감, 경제적 부담 등 연령대별로 호소하는 어려움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부인과 진료는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서만 필요한 것이라는 편견 등으로 많은 여성이 진료를 주저하거나 미루고 있다”며 “여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기대 수명보다 건강 수명의 분율을 높이려면 부인과 진료의 장애물을 줄일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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