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간다”…인생샷 명소 제주 해안절벽 통제 검토

  • 뉴스1
  • 입력 2023년 7월 27일 14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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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 공유된 서귀포시 해안절벽 다이빙 명소.(SNS 갈무리)
인스타그램에 공유된 서귀포시 해안절벽 다이빙 명소.(SNS 갈무리)
최근 찾은 제주 서귀포시 한 농장 입구에는 바다 방향으로 노란색 출입금지 통제선이 처져 있었다. 이곳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떠오르는 다이빙·스노클링 명소로 향하는 길목 중 하나다.

제대로 난 길이 없어 사유지를 통과해야 해 곳곳에 통제선과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었지만 SNS 상에는 500개가 넘는 사진과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으슥한 숲길을 거쳐 암초를 타고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절벽 아래 위치한 푸른빛이 도는 3~4m 깊이의 물웅덩이다.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에 ‘인생샷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웅덩이는 인근 주민들이 ‘고망물통’이라 불러 온 곳으로,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낚은 후 잠시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 매달아 놓은 밧줄 하나에 의지하고 수십 미터 절벽을 타야 해 발을 헛디디는 순간 추락할 수 있어 ‘목숨 걸고 가야 한다’, ‘너무 험해서 위치 공유는 어렵다’는 등의 후기글까지 공유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알음알음 찾아가는 이들이 있었지만 최근 다시 유명해지면서 일부 숙소에서는 이 장소를 투어 상품으로 묶어 판매까지 하고 있다.

문제는 바다와 바로 맞닿아 파도가 거셀 때는 입수가 어려울 뿐 아니라 파도에 휩쓸리는 순간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SNS에 올라온 영상에서 거센 파도가 치자마자 물웅덩이 전체를 집어삼키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서귀포해경은 사고 발생 시 구조대 접근까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최근 선제적으로 안전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서귀포해경 관계자는 “절벽 인근 해안 수심이 2m 안팎에 불과하고, 암초가 산재해 실제 익수·추락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연안구조정 진입이 매우 어려운 구조”라며 “구조대도 로프를 타고 내려가야 해 헬기가 출동해야 하는 환경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안절벽으로 향하는 사유지 길목에 쳐진 통제선.
해안절벽으로 향하는 사유지 길목에 쳐진 통제선.
해경은 현재 해당 장소의 출입통제구역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제주해양경찰서는 지난 2월 숨겨진 다이빙 명소로 입소문을 탔던 제주 당산봉 생이기정을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했다. 생이기정 역시 가파른 절벽을 타고 내려가야 하고, 안전요원이나 안전관리시설물도 없어 사고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15일 생이기정에서 물놀이하던 30대 남성이 추락해 중상을 입었지만, 구조대 접근이 어려워 구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연안사고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너울성 파도가 잦은 해안가 또는 방파제 △사고 발생이 빈번하고 구조활동이 용이하지 않은 섬 또는 갯바위 △연안 절벽 등 해상추락이 우려되는 지역 등을 통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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