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만 계속 떠올라요”…트라우마 의심되는 4가지 증상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26일 0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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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떠오르고 관련 장소·상황 회피 등
4가지 증상 한달이상 가면 PTSD 의심

최근 신림역 인근 ‘묻지마 칼부림 사건’, 수해 현장에 투입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일병 등 각종 사건 사고로 슬픔과 불안, 분노 등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복적인 기억, 관련 장소나 상황 회피, 예민한 상태, 부정적인 인지와 감정 등 4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트라우마는 위협적인 죽음, 심각한 질병 혹은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적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후 겪는 심리적 외상을 말한다. 현장에서 참극을 목격하면서 겪는 ‘직접 외상’도 있지만 온라인상에 떠도는 영상이나 소식을 접하고 호소하는 ‘간접 외상’도 있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객관적인 심각도보다 개인에게 주는 심리적인 심각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를 겪으면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극도의 긴장 상태가 되면서 피곤하고 머리도 아프고 식욕도 없어질 수 있다. 소화도 잘 안되고 손발 끝이 저릴 수도 있다. 불안하고 원망이 들고 슬프거나 화가 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다.

트라우마를 겪은 후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평범한 일상으로 복귀한다.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 중 50% 이상은 3개월 이내 회복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된다 해도 대부분은 1~2년 이내 회복된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사건이 자꾸 떠오르거나 범죄 현장 근처, 범죄 현장과 비슷한 장소를 회피하게 될 수 있다. 긴장되거나 각성 상태가 계속 유지되거나 작은 소리에도 놀랄 수 있다.

일부의 경우 심각한 트라우마 증상으로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충격적인 사건이 며칠 지난 후에도 잠을 못 자거나 우울하거나 술에 의존하게 되는 등 증상이 지속되면 일시적으로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할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증상이 몇 주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PTSD 가능성이 있지 않은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를 겪은 후 이 세상은 믿을 수 없고, 안전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인지와 감정에 부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런 네 가지 증상이 한 달 이상 유지되면 PTSD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트라우마를 치료할 때 중요한 것은 충격적 사건을 겪은 사람에게 정서적 지지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는 것이다. 또 향후 발생 가능한 상황을 알려주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안내해야 한다.

친구나 가족이 트라우마를 겪는다면 먼저 안전하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신체에 대한 위협이 이제 없을 것이고 당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신뢰감을 줘야 한다”면서 “감정적인 해소를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억이 당장 사라지진 않지만, 조금 덜 힘든 기억으로 남도록 친밀한 대화를 하며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트라우마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치료를 잘 받으면 완치가 가능하다. 최 교수는 “사람이 일생 동안 한 번이라도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50% 정도이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까지 포함하면 80%에 달한다”면서 “하지만 80~90%는 다 회복한다. 트라우마를 통합된 하나의 기억으로 저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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