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 배전반 침수되면 배수 ‘셧다운’…서울 4곳 아직 지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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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19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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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경찰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2023.7.18/뉴스1
1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경찰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2023.7.18/뉴스1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에서 배전 시설이 침수돼 배수 펌프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며 서울도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전시설이 지하에 있는 지하차도뿐 아니라 오송처럼 지상에 있더라도 낮은 곳에 위치할 경우 침수와 동시에 배수작업이 ‘셧다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침수 위험이 높은 지하차도 20개 가운데 여전히 4곳의 배전시설은 지하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3명이 숨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서울 지하차도의 침수 위험도와 배선시설 등을 점검하는 ‘지하차도 배수시설 적정성 검토 및 개선 용역’을 진행했다.

해당 보고서는 침수이력과 지하차도 위치, 배수시설 등을 고려해 가양, 광나루, 수서, 일원, 반포, 성산, 증산, 양재 등 침수 위험이 높은 지하차도 20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용역 당시 지하에 배전반이 위치한 지하차도는 증산과 성산, 신답, 오금, 고척2, 염동 등 총 6곳이었다. 당시 보고서는 이곳들의 배전시설을 지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6곳 가운데 배전시설의 지상화가 이뤄진 곳은 염곡과 신답 2곳에 불과하다. 여전히 성산, 오금, 고척2, 염동 등 지하차도 4곳의 배전시설은 지하에 위치한 상태다.

문제는 이처럼 배전시설이 지하에 있을 경우 집중호우로 침수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배전시설이 침수되면 전기 등이 즉시 끊기고, 지하차도 내에 있는 배수펌프 등은 작동을 멈춘다.

이번에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는 배전시설이 지상에 있었는데도 갑자기 밀려들어온 물에 침수, 전기가 끊겼고 이로 인해 4개의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지하차도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해 배전시설을 침수로부터 안전한 지상 높은 곳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침수되면 전기가 끊기는 배전시설은 기본적으로 지면으로부터 1.5~2m 높은 곳에 설치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배전시설이 침수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수펌프는 대부분 수중펌프로, 물에 잠겨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설계가 돼 있지만 문제는 펌프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배전시설에서 펌프까지 전기가 공급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라며 “침수가 되는 그 즉시 각종 (배수 기능 등은) 셧다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오송 지하차도처럼 하천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하차도의 배전시설은 무조건 지표면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동현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배전시설이 물에 잠기면 전기가 끊김으로 인해 배수작업이 제대로 작동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배전시설의 위치와 함께 이미 누수가 된 후 원상복구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배전시설 관리 인원의 충원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하차도의 배수시설이 일반도로보다 취약하게 설계되는 등의 문제점도 있다. 실제 지난 2019년 감사원이 설계도를 확보한 전국의 지하차도 81개를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44개 지하차도의 배수시설이 일반도로 기준보다 낮게 설계됐다. 일반도로의 경우 ‘50년 빈도로 일어나는 호우’에 대비해 만들어졌으나 지하차도 44곳은 ‘10~30년 빈도 호우’를 기준으로 설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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