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재소자 살해한 20대 무기수…대법 “사형 과하다” 왜?

  • 뉴스1
  • 입력 2023년 7월 13일 1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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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재소자를 때려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사형을 면하게 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남성은 이미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1심에서는 무기징역이, 2심에서는 사형이 선고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살인, 특수강제추행, 특수상해, 특수폭행, 상습폭행, 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8)의 상고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항소심은 사형 선택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이번 사형 선고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재소자 A씨(29), B씨(21) 등 2명과 함께 2021년 12월 공주교도소에서 동료 수용자를 때리고 괴롭히다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1심에서는 무기징역, 2심에서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A씨와 B씨에게는 각 징역 12년, 징역 14년이 확정됐다.

우선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구체적인 양형요소에 유불리 정상이 모두 있는 경우 양쪽을 비교 확인하면서 양형을 결정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런데 항소심이 적시한 양형 사항에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 포함돼 있는데도 구체적으로 비교하지 않고 평면적으로 불리한 측면만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2심은 이씨가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용됐으면 죗값을 치르고 성행을 교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도 살인 범행을 저지른 점을 질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폐쇄적이고 이동의 자유를 박탈하는 교도소 특성이 수용자들의 심리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건 당시 교정기관이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수용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려울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범행 동기가 불량하고 방법이 잔혹하다고 판단했다. 흉기를 사용해 확정적 고의로 살해하는 범행과 비교해도 죄의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다고 봤다.

이씨는 자신이 정해준 수칙을 안 지켰다는 이유로 놀이를 빙자해 피해자를 수십 차례 때렸고 피해자가 복용하던 심장병 약을 20여일간 먹지 못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를 추행하거나 뜨거운 물이 담긴 물병을 머리 위에 올려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을 정할 때 범죄의 내용과 처벌 사이에 비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모든 폭행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한 확정적인 고의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를 괴롭히려는 목적과 미필적인 고의 아래 이뤄진 것”이라며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한 사람에 그쳤다는 점도 중요한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2심은 이씨가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점을 불리한 정상으로 봤지만, 대법원은 범행 은폐 시도를 이례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은폐 시도 이후 범행을 인정한 점을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씨의 반성 여부를 두고도 2심과 대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놨다. 2심은 피해자 유족을 위한 금전적 배상 등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회적 유대관계가 없어 합의할 여력이 없는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씨는 2심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했고 재판 도중 극단선택을 시도한 사정까지 고려한다면 금전적 배상이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자기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파기하고 사형을 선고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피고인에게 그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의문”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무기징역형 집행 중 다시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는 사정만으로 그 형이 무의미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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