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내연녀 방치 사망’ 국토연 前부원장 징역 8년 확정

  • 뉴스1
  • 입력 2023년 6월 29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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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잃고 쓰러진 내연관계의 여직원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은 전 국토연구원 부원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9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8월 세종시에 있는 자신의 숙소 화장실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40대 여성 B씨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119에 신고하지 않고 B씨를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승용차에 태워 돌아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약 7시간 뒤 병원에 도착했을 때 B씨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와 내연관계가 아니었고 구호 의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설령 B씨를 병원으로 제때 이송했더라도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구호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폈다.

A씨 측은 “B씨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하지 못했다”며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구호 의무를 하지 않은 것과 B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봤다. A씨가 B씨 사망이라는 결과를 용인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119에 전화해 신고하고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도 유지 등 구호 조치를 했어야 할 의무가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가 119 신고를 하지 않은 부작위(어떤 행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하지 않는 것)와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확정적으로 예견했거나 의도적으로 구조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자가 죽도록 내버려 두려는 의사가 없었더라도 미필적인 살해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씨에게는 징역 8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양형과 관련해 재판부는 “피해자가 절체절명의 순간 버림받아 어떠한 의료 처치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짐짝 취급을 당하다 허망하게 사망했다”며 “얼토당토않은 변명만 뻔뻔하게 늘어놓으며 유족들의 상실감과 분노를 더욱 키웠다”고 질타했다.

다만 A씨가 사회적 명예와 지위 등을 잃을 것을 두려워해 구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자의 사망을 초래한 것이므로 범법의식이 일반적 살인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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