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문화 중심지로 떠오른 ‘역사마을 1번지’ 광주고려인마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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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아동·청소년들 주축으로
오케스트라-합창단-극단 등 운영
이번엔 어린이 발레단 창단 준비

광주고려인마을 어린이합창단이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제1회 고려인대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광주고려인마을 제공
광주고려인마을 어린이합창단이 지난달 광주에서 열린 제1회 고려인대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광주고려인마을 제공
‘역사마을 1번지’로 불리는 광주고려인마을이 사라져 가는 고려인 문화의 중심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주고려인마을은 고려인 아동·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리랑’을 비롯해 마을극단 ‘1937’, 어린이합창단, 청소년 댄스팀 ‘아리랑 가무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어린이 발레단 창단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2018년 창단한 청소년 오케스트라 아리랑은 해마다 정기 공연을 갖는다. 고려인 아동·청소년 23명으로 꾸려진 아리랑은 매주 한두 차례 광주 광산구 월곡동 청소년문화센터에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강사 3명은 사실상 자원봉사 방식으로 바이올린, 첼로를 가르치고 있다.

아리랑은 고려인 아동·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고 한민족으로서 자긍심을 키워주고 있다. 최영화 아리랑 예술감독(60·호남대 미디어영상공연학과 교수)은 “현재 바이올린, 첼로만 가르치고 있는데 북 등 타악기도 포함시킬 계획”이라며 “음악을 통해 고려인 4, 5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7년 창단된 광주고려인마을 어린이합창단은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고려인 난민 동포 자녀 6명과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출신 고려인 자녀 19명 등 25명으로 구성됐다. 창단 이후 100여 차례 축제, 문화예술 행사에 초청받아 공연을 했다.

김혜숙 어린이합창단장(69)은 “고려인 4, 5세 초중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영어, 러시아어, 한국어로 노래를 한다”며 “한국말이 서투른 아이들이 동요, 가곡 등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고려인마을은 세계적인 고려인 화가인 문빅토르 씨(72)의 미술관 개관을 위한 모금운동도 펼치고 있다. 문 씨는 고려인의 역사, 문화, 인물을 독특한 필치로 화폭에 담고 있다. 대표작으로 ‘1937 강제이주열차’, ‘홍범도 장군’, ‘우수리스크 우리 할아버지’ 등이 있다. 문 씨는 “고려인들은 강제 이주를 당한 지 150년이 넘도록 자기 나름의 문화, 사상을 지키고 살아왔는데 이를 화폭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고려인의 역사가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고려인마을에 정착해 화법을 미래 세대에 전승하고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문화 교류를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려인들은 1864년 연해주로 이주를 시작해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서러움을 간직한 채 독립운동 자금을 보내는 등 물심양면으로 모국을 도왔다. 1937년 당시 소련 정부에 의해 1만5000km 떨어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다. 현재 고려인 후손 50만 명이 러시아를 비롯해 세계 15개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광주 광산구 월곡동을 중심으로 조성된 광주고려인마을에는 고려인 7000여 명이 살고 있다. 광주고려인마을은 고려인문화관, 홍범도공원, 어린이집, 진료소, 지역아동센터 등 35개 기관을 갖추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특화거리가 있어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광주시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앙아시아테마거리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병학 고려인문화관장은 “중앙아시아 현지에서도 고려인 문화를 계승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언어, 환경, 이념 등으로 변질되거나 약화되고 있다”며 “광주고려인마을이 고려인 문화를 잇는 중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역사마을 1번지#광주고려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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