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소아’ 전문약사 입법 추진…“국민 건강 우려” 의견

  • 뉴시스
  • 입력 2023년 5월 23일 14시 55분


코멘트
정부가 지역 약국 약사가 경력을 인정받아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한 약사에게 ‘전문약사’ 표시도 허용하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의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문약사 교육과정과 시험이 부실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사회)는 23일 오전 온라인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전문약사의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은 지역 약국 약사들에게 내분비전문약사, 노인전문약사, 소아전문약사, 심혈관전문약사, 감염전문약사, 영양전문약사, 장기이식전문약사, 종양전문약사, 중환자전문약사, 통합약물관리전문약사 타이틀을 주는 것으로 시행되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법안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지역 약국 약사도 실무 경력을 인정받아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전문약사의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안’ 재입법을 예고하고 오는 24일까지 찬반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전문약사의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은 보건복지부 인정기관에서 총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쌓고 전문과목 수련 교육을 받은 약사에게 시험을 통해 관련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한 약사는 10개 전문과목(내분비·노인·소아·심혈관·감염·영양·장기이식·종양·중환자·통합약물관리)과 전문약사를 표시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의사회 등은 전문약사의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이 시행될 경우 대다수 지역 약국 약사가 전문약사 자격을 쉽게 취득할 수 있고 ‘전문약사’ 표시도 할 수 있게 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협 등에 따르면 전문약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공통과목 200시간 이상, 실습 포함 전공이론과목 160시간 이상 등 360시간 이상만 이수하면 된다. 전공의가 현재 전공의특별법에 따라 근무시간이 주당 최대 80시간으로 제한되는 것을 고려하면 4~5주 가량 근무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논문을 제출하는 전공의들과 달리 동네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도 경력을 인정받아 논문을 제출하지 않아도 쉽게 전문약사 타이틀을 달 수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지역 약사가 매우 부실한 교육과정과 시험을 거쳐 전문약사 타이틀을 달고 ‘전문약사’ 표시를 할 수 있게 되면 건강보조식품이나 일반약 판매가 더 쉬워지고, 암 환자 등이 제대로 치료를 못 받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어르신들이 자주 다니는 동네 병의원 근처에는 ‘○ 노인전문 약사가 운영하는 △ 노인전문약국’, ‘○영양전문 약사가 운영하는 △ 영양전문약국’, ‘○ 소아전문 약사가 운영하는 △ 소아전문약국’, ‘종양전문약국’을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서 “많은 의사들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문약사 항목에 통합약물관리를 추가하고 동네 약국 경력을 인정하는 안을 내놓은 것은 약사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병원약사회는 약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려면 전문약사의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칙이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