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협박편지 시달린 자녀 “우편 막아달라” 헌법소원냈지만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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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28일 0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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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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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호명령에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 조항을 넣지 않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구 가정폭력처벌법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9명 중 5명이 헌법불합치 의견(4명 합헌)을 냈지만 심판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해 ‘합헌’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6명 이상이 위헌의견을 내야 헌법소원심판을 인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A씨는 아버지 B씨로부터 폭언과 욕설, 협박 등 가정폭력범죄를 당하고 있다며 2017년 9월 서울가정법원에 ‘직장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자적 방식에 의한 접근금지, 우편에 의한 접근금지’ 등 피해자보호명령을 내려줄 것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8년 8월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B씨에게 ‘6개월간 A씨의 주거 및 직장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및 휴대전화 또는 이메일 주소로 유·무선, 광선 및 기타 전자적 방식에 의해 부호, 문언, 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지 말것을 명한다’는 내용의 명령을 했다. A씨가 청구했던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는 결정 내용에서 빠졌다.

이후 A씨는 “아버지가 협박하고 비난하는 내용의 우편이나 소포를 직장과 집에 보내고 있다”며 “피해자보호명령에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가 포함되어야 한다”면서 항고를 제기했다. A씨는 항고심 재판부에 가정폭력처벌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2019년 1월 헌법소원을 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55조2는 판사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가정폭력 행위자에게 퇴거 등 격리, 주거 및 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A씨가 주장하는 ‘우편을 이용한 행위’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사건을 심리한 후 유 소장과 이선애·이은애·문형배 재판관은 이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유 소장 등은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가정폭력행위자가 피해자와 시간적·공간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을 때, 법원의 신속한 권리보호명령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입법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라며 “그런데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행위의 피해자와 우편을 이용한 접근행위의 피해자는 피해의 긴급성, 광범성, 신속한 조치의 필요성 등의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편을 이용한 접근행위에 대해서는 법원의 가처분결정과 간접강제결정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우편을 이용한 접근의 금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나아가 그 접근행위가 형법상 협박죄 등에 해당할 경우 피해자는 고소 등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보호명령제도의 특성, 우편을 이용한 접근행위의 성질과 그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에서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피해자보호명령의 종류로 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석태·이종석·이영진·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 등은 “우편을 이용한 접근이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보다 피해자의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거나 피해자가 심리적 압박을 덜 받는다거나 그러한 접근금지가 피해자 보호에 실효성이 없다거나 하는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심판대상조항이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에 대해 규정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 재판관 등은 ‘접근행위가 형법상 협박죄에 해당하면 고소 조취를 취할 수 있다’는 합헌 의견에 대해 “우편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피해자보호명령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와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한 경우 어떠한 제재수단을 선택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법적 공백으로 인해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사라지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관 9명중 다수인 5명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지만 심판정족수인 6명을 채우지 못해 헌재의 정식의견이 되지 못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은 가정폭력처벌법상 피해자보호명령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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