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전공의 모집 90% 서울-경기로 몰려… 비수도권 ‘전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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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원율 26%… 3년새 3분의 1로 줄어
소아암 전문의 61%도 수도권 근무
“소아과 보상 강화해 의사수 늘려야”

정부는 22일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내놓으면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서둘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길러내지 않으면 수년 내 소아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수는 특히 중증 어린이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소아청소년과 의사 1명당 소아 중환자 수는 6.5명으로 일본(1.7명)의 3.8배에 달한다. 전국에 소아암 전문의는 67명뿐인데 그마저도 이 중 41명이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다.


문제는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란 점이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젊은 의사가 급감하면서 남은 의사의 진료 부담이 커지고, 이런 현실 속에서 소아청소년과를 더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수련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25.5%다. 3년 전인 2020년 68.2%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과도하게 긴 시간 근무하는 등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충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들이 진료하도록 진료체계를 바꾸고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특별법에 따르면 전공의의 근무 시간은 주당 80시간으로 제한돼 있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전공의 2명 중 1명(52%)은 주당 근무 시간이 80시간을 초과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비수도권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 현황을 지역별로 보면 전체 충원 인원 53명 가운데 48명(90%)이 서울·경기 지역 병원에 몰렸다. 안 그래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적은데, 비수도권 병원에선 거의 전멸 수준이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 입장에서는 일을 나눌 동료와 배울 수 있는 전문의가 많은, 규모가 큰 병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지역별 전공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보상을 더욱 강화해 전공의 수 자체를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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