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곡동 살인’ 경찰이 못 막은 것”…유족, 국가배상 최종 승소

  • 뉴시스
  • 입력 2023년 2월 1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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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중곡동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앞서 이 사건 관련 국가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단에 따라 국가가 유족들에게 배상을 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19-2부(부장판사 김동완·배용준·정승규)는 1일 피해자 남편 A씨와 그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던 항소심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피해자 남편인 A씨에게 약 9375만원을, 자녀 2명에 대해서는 각 595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중곡동 살인사건은 주부였던 피해자 B씨(당시 37세)가 2012년 8월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자택에서 서진환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다.

서씨는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는데, 그는 범행 이전에도 수차례 성폭행 등 혐의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건 당시 서씨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상태에서 B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를 두고 유족 측은 정부가 범행을 막지 못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씨는 B씨 살해 직전인 2012년 8월7일 당시에도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었는데, 경찰이 범행 장소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었는지를 확인했다면 추가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유족들은 범행 현장에서 경찰이 서씨의 DNA를 발견했으나 이를 통합 관리하지 않아 서씨를 조기 검거하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1심은 경찰 등 공무원들의 직무수행 문제와 범행 간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전자발찌 위치정보를 수사에 활용하진 않았지만 다른 기초수사 등에 충실했고 인력 부족 등 정황을 살펴 유족 측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사건을 맡은 경찰이나 보호관찰소가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사는 경찰 판단에 따라 재량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전자발찌 부착자 위치정보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침이 없었던 당시 상황에서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경찰과 보호관찰소가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아 범행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 취지다.

대법원은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전자발찌 관련 법 취지에 따라 경찰이 범행 장소 인근에 전자발찌 부착자가 있는지 위치정보를 수사에 적극 활용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서씨의 성폭행 수법이 흉악했던 만큼 경찰이 DNA 감정에 의지하기보다 신속한 검거를 위한 방안을 강구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호관찰소 역시 재범위험성이 높은 서씨를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하지 않은 것은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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