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동원 배상 토론회’서 미식축구 중계 본 국회의원 ‘도마’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18일 14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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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놓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성토하는 토론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참석 태도가 도마위에 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인사말 직후 참석 의원 상당수가 자리를 떴고, 민주당 출신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스포츠 중계 영상 시청 등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해 눈총을 샀다.

18일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민주당 이재정 의원 주관으로 ‘윤석열 정부 대일외교 진단과 과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선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배상 방식의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했다. 이재명 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계열 의원 8명(무소속 포함)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인사말을 마친 직후 떠나자 참석 의원 7명 절반 가량이 다음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의원들의 토론회 태도도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김홍걸 의원(비례대표)은 토론회 내내 자신의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딴청을 피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토론을 방청 중이던 전남대 1학년생 안충원(23)씨는 김 의원이 토론에 참석한 50분 가량 시종일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씨는 “이 대표 퇴장 이후 참석 인원들이 우르르 빠지면서 겨우 자리가 나 김 의원 뒷자리에 앉았다. 유심히 지켜보니 미국스포츠방송(ESPN) 미식축구 중계 영상을 시청했고 유튜브(Youtube) 추천 영상 등을 뒤적였다”고 말했다.

토론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전문가와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체 대표 등의 발제 내용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안씨는 밝혔다. 김 의원은 토론 참석자에게 주어진 자료를 한 줄도 읽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후 김 의원은 토론 종료 40분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처음에는 자료를 읽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보좌진이 보낸 기념 사진을 한참 들여봤다고 안씨는 이야기했다.

안씨는 “평소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 관심이 많아 토론회에 참석했다”면서 “1시간 넘는 토론에 5~10분 정도는 다른 용무도 볼 수 있고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퇴장 전까지 한 순간도 제대로 토론에 집중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개탄스럽다. 여당이 아닌 야당 만큼은 윤석열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결국은 야당조차 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정쟁 수단으로 활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진행 과정도 문제 삼았다. 안씨는 “야당이 주관한 토론회라면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와 유족의 목소리가 담겨야 하는데 의원 보좌관들이 나서서 발언을 제지하고 시간 제한을 들어 급히 마무리 하려 했다”며 “토론 자체가 바쁜 사람들 모아 머릿수만 채운 격이었다. 전문가와 피해 당사자들이 ‘병풍’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인상마저 받았다”고 말했다.

안씨는 광주·전남에서 활동하는 피해자 지원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후원하고 있다.

시민모임 관계자도 “평소 안씨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관련 보도에 관심이 많다”며 “야당 의원들의 토론 태도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결국엔 우리 과거사 문제와 그 아픔을 안고 사는 이들이 여야 정쟁거리 밖에 되지 않는지 씁쓸한 생각도 든다. 정치권이 진정성 있게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홍걸 의원 측은 “전화·문자메시지 등이 수시로 들어와 확인한 적은 있으나 스포츠 중계 영상을 보려고 봤던 것은 아니다. 조작 실수로 잠깐 해당 영상이 스마트폰에 떴을 수는 있지만 자세히 기억 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 측은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해 배상 문제 해법을 찾고자 노력했고 관련 의정 활동도 성실히 했다.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 갖겠다”고 덧붙였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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