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31.9㎝ ‘눈폭탄’…광주·전남 일상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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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23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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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설이 쏟아진 23일 오전 시민들이 합심해 광주 동운고가 한복판에 멈춰선 시내버스를 밀어내고 있다.(SNS캡처) 2022.12.23/뉴스1
역대급 폭설이 쏟아진 23일 오전 시민들이 합심해 광주 동운고가 한복판에 멈춰선 시내버스를 밀어내고 있다.(SNS캡처) 2022.12.23/뉴스1
광주·전남에 역대급 눈폭탄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광주에 23일 하루동안 내린 눈은 31.9㎝로 기상청 관측 이래 2번째로 많은 양이다.

전날 10㎝ 이상 내린 눈이 녹지 않은 상태에서 이날 역대급 눈이 내리면서 지역 곳곳에선 눈길 관련 사건·사고가 속출했다. 항공편·배편·도로도 통행이 제한되면서 시민들의 발이 꽁꽁 묶였다.

◇하루 적설량만 31.9㎝…역대 2번째 많은 눈
23일 오전 광주 서구 풍암사거리 인근에서 교통정체 정리를 위해 출동하는 경찰의 112순찰차 차량의 지붕에 눈이 한가득 쌓여 있다. 2022.12.23/뉴스1
23일 오전 광주 서구 풍암사거리 인근에서 교통정체 정리를 위해 출동하는 경찰의 112순찰차 차량의 지붕에 눈이 한가득 쌓여 있다. 2022.12.23/뉴스1

광주지역 ‘최심 신적설량’의 기록이 새롭게 쓰일 전망이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광주 지역 최심 신적설량은 31.9㎝다. 최심 신적설량은 하루동안(0시~자정) 눈이 가장 많이 쌓였을 때 측정한 양으로 기상청이 최심 적설량을 관측하기 시작한 1940년 이래로 2번째로 많은 수치다.

최심 신적설량 기록 1위는 지난 2005년 12월21일 내린 35.2㎝다.

전날부터 이틀동안 내린 총 적설량은 광주 38.8㎝, 장성 32.1㎝, 화순 29.1㎝, 담양 25.9㎝ 등으로 집계됐다.

광주 역대 최심적설량은 지난 2005년 12월22일 40.5㎝가 최고, 이튿날인 12월23일 39.6㎝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이어 2007년 12월30일 37.1㎝, 2005년 12월21일 35.2㎝, 1983년 11월17일 23.2㎝, 2007년 12월30일 21.3㎝, 1980년 12월4일 20.5㎝, 1980년 12월23일 20.2㎝, 2007년 12월31일 19.6㎝ 순이다.

이번에는 24일 오전까지 최대 20㎝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역대 최심적설량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이후 첫 대설경보가 발효된 전남 순천지역도 10년 만에 두 자릿수 적설량을 기록했다.

순천지역 최심적설량은 17.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은 2012년 12월28일 12.5㎝, 2014년 12월5일 9㎝, 2015년 1월2일 5.5㎝, 2012년 12월8일 5.3㎝다.

순천을 포함한 전남 동부권은 내륙 중심에 위치해 있어 행정 관할도시인 광주와 전남 서부권에 비해 눈이 좀처럼 쌓이지 않는 편이다.

현재 광주와 전남은 여수를 제외한 전 지역에 대설특보가 유지되고 있다.

광주와 전남 8개 시군(곡성·나주·담양·순천·영암·장성·장흥·화순)에는 대설경보가, 전남 13개 시군(강진·광양·고흥·구례·목포·무안·신안·보성·영광·완도·진도·함평·해남)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 빙판길 ‘미끄러지고 전도되고’…교통사고 187건

광주에 대설경보가 발효된 23일 오전 광주 북구청 인근 도로에서 구청 건설과 도로관리팀 직원들이 제설차를 이용해 도로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2022.12.23/ 북구 제공
광주에 대설경보가 발효된 23일 오전 광주 북구청 인근 도로에서 구청 건설과 도로관리팀 직원들이 제설차를 이용해 도로 제설작업을 하고 있다. 2022.12.23/ 북구 제공
빙판길 교통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22일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광주와 전남 소방본부에는 187건(광주 84건·전남 103건)의 폭설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담양군에서는 딸기농가 9곳 중 15동의 비닐하우스가 폭설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다.

전날 오후 4시41분쯤에는 전남 영암군 삼호읍 한 도로에서 40대 여성이 몰던 모닝이 윗방저수지로 추락했다. 운전자는 소방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운전자가 차선을 변경하던 중 차량이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남과 강진, 함평에서도 SUV 단독사고, 차량 대 차량, 차량 대 오토바이 추돌사고가 발생해 운전자들이 각각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늘길·뱃길 전면 통제에 버스도 ‘멈춤’…시민들 발동동

많은 눈에 하늘길과 뱃길은 전면 차단됐다.

완도·목포·여수·고흥 등 52개 항로 82척 가운데 50개 항로 68척의 운항이 통제되고 14척은 운항을 멈추는 등 모든 바닷길이 막혔다.

광주공항, 무안국제공항, 여수공항 등 모든 항공편도 이날 결항했다.

해남군과 진도군, 완도군, 구례군, 장흥군 등 전남 5개군은 이날 오전부터 폭설로 버스운행을 전면 중단하거나 운행 차질을 빚고 있다.

각 지자체는 도로결빙으로 교통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보고 농어촌버스와 군내버스 운행을 멈췄다.

지리산과 무등산(광주), 무등산 동부(담양·화순), 월출산(영암군) 등 국립공원도 전면 통제 중이다.

이날 오전엔 광주 동운고가에서 오르막길을 오르던 시내버스 1대가 빙판길에 헛도는 사고도 발생했다. 시내버스에 탑승해 있던 시민들 10여명이 버스 차량을 뒤에서 밀어냈다.

이날 광주·전남 곳곳에서는 헛바퀴 도는 차량을 꺼내기 위해 시민들이 합심하는 모습들이 연달아 목격됐다.

◇광주시 제설작업 총력에도 역부족

많은 눈이 내리는 23일 광주 서구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시민들이 폭설을 맞으며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2.12.23/뉴스1
많은 눈이 내리는 23일 광주 서구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시민들이 폭설을 맞으며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2.12.23/뉴스1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제설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눈폭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와 자치구 공무원들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삽과 빗자루를 들고 제설 작업에 나섰다. 재난 업무담당자들은 뜬눈으로 지샜다.

시 종합건설본부와 5개 자치구는 시에서 보유하고 있는 살포기·덤프트럭 등 제설장비 38대와 함께 민간 제설장비 139대를 추가 투입했다. 제설삽날 8대와 그레이더 12대, 굴삭기 101대를 동원했다.

지금까지 염화칼슘과 소금, 친환경제설제 등 1674톤을 뿌렸다. 군에서도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고 광주소방안전본부는 전 직원의 5분의 1을 소집해 비상근무체계를 가동했다.

제설구간도 기존 505개 노선 641㎞에서 527개 노선 685㎞로 확대했다.

마을제설반, 지역자율방재단, 의용소방대, 통장단, 새마을협의회, 바르게살기위원회 등도 이면도로와 골목길 제설작업을 도왔다.

◇24일 오전까지 추가 적설 최대 15㎝ 예보

광주지방기상청은 현재 눈이 ‘최절정’ 상태고 24일 오전 중 눈발이 꺾일 것으로 예상됐다. 앞으로 내릴 눈은 5~15㎝다.

전남 동부내륙에는 2~7㎝, 전남 동부 남해안에는 1~3㎝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관측됐다.

전남 내륙에는 한파특보까지 발효돼 아침 기온은 25일까지 내륙을 중심으로 영하 10도 내외, 그 밖의 지역에서는 영하 5도 내외를 나타내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수도관이나 계량기, 보일러 등 동파와 양식장 냉해에 주의해달라”며 “내일 아침까지 광주·전남에 많은 눈이 쌓여 도로가 매우 미끄럽겠다. 특히 안전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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