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불꽃축제, 쓰레기 더미에 무단주차…‘비양심’ 시민에 눈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9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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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가야 해. 그냥 여기다 버리자”

8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의 종료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관람객들이 썰물처럼 공원을 빠져나갔다. 대다수는 자신이 마신 음료 캔과 먹다 남은 음식물 등 쓰레기를 챙겨 일어섰지만, 쓰레기를 그대로 둔 채 몸만 빠져나가는 ‘비양심’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8일 서울세계불꽃축제 폐막 이후 관람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더미. 이문수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시민 한 명이 행사 부스 사이에 술병을 버리자 다른 이들도 농구를 하듯 음료병을 내던지고 갔다. 라면 국물을 그대로 쏟아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행사 종료 불과 15분 만에 허리 높이만큼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는 악취가 풍겨왔다.

이날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넓이 4㎡, 높이 1.5m 규모의 쓰레기 수거장 31개를 100~150m 간격으로 공원 곳곳에 설치했다. 인근에는 ‘쓰레기는 대형망에 넣어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도 내걸었다. 주최 측이 동원한 자원봉사자들은 관람객들에게 “쓰레기통은 왼쪽에 있습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라고 안내했지만 몇몇 시민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아무 곳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사라졌다.

공원 내 먹거리 골목 근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닭꼬치나 떡볶이 등 쓰레기 더미가 20~30m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이날 오후 9시 30분경부터 주최 측 자원봉사자와 한강사업본부, 영등포구청 청소원들이 공원 일대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환경미화원들은 음식물과 뒤섞인 쓰레기를 정리하는 데 애를 먹었다. 환경미화원 김영돈 씨(61)는 “쓰레기 분리 작업에는 나흘 정도 걸릴 것 같다”며 한숨지었다. 이튿날 새벽까지 영등포구청에서만 4.2톤(t)의 쓰레기가 모였고 종합안내소에는 90여 건의 안전 신고가 접수됐으나 찰과상 등 가벼운 부상에 그쳤다.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도로 위에 불법 주정차하는 ‘얌체족’들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행사장과 가까운 여의도 한 아파트 단지에선 차량을 무단 정차한 관람객들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김수연 인턴기자 성균관대 경제학과 수료
이문수 인턴기자 고려대 사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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