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어머니 따라 성씨 바꾼 자녀, 母소속 종중 구성원 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3일 2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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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성인이 된 후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결정한 자녀는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출생신고 당시 ‘안동 김 씨’였던 A 씨가 ‘용인 이 씨’ B 종중을 상대로 제기한 종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1988년생인 A 씨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 살다 성인이 된 이후인 2013년 가정법원에 성·본 변경허가를 요청했고 이듬해 법원 결정에 따라 어머니의 성·본으로 바꿨다. 이후 A 씨는 2015년 B 종중에 종원 자격을 부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B 종중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이더라도 모계혈족인 경우 종원이 될 수 없다”며 거부했다.

1심 재판부는 “200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원 자격을 성년 남자로 제한하는 관습법은 효력을 상실했다”며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원 지위를 가지지 못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B 종중이 정관에서 회원 자격을 부계혈족으로 제한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B 종중은 “종중이 부계혈족을 전제로 하는 종족단체라는 본질적 성격에 비춰 이를 정관에 명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일 뿐”이라며 항소했다.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는 방법으로 종중 재산을 노리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헌법상의 평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제도가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종원의 범위를 판단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종래 관습법에서도 입양된 양자가 양부가 속한 종중의 종원이 되는 등 종중 구성원의 변동이 허용됐다”며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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