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라이브’ 만든 20대…“남은 후원금 기부, 사이트 설계도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29일 11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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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라이브 웹사이트(corona-live.com) 첫 화면
코로나 라이브 웹사이트(corona-live.com) 첫 화면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를 매일 실시간으로 집계해 알려준 온라인 서비스 ‘코로나 라이브’. 주요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 제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줬다. 정부가 만들어 운영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실제로는 2000년생 컴퓨터공학도가 직접 개발해 운영한 사이트다.

코로나 라이브는 16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4월에 대부분 해제된 뒤 유행 규모도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공포의 대상’이던 2020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하고 22개월 만이다. 코로나 라이브를 개발한 대학생 홍준서 씨(22)에게 27일 그동안 이 사이트를 운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독하게 독학해 ‘확진자 동선 서비스’ 개시


2019년 가을 호주의 한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홍 씨. 코로나 라이브 이전에 ‘코로나 맵 라이브’를 만들었다. 이는 새내기 공학도 홍 씨가 2020년 2월 만든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안내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만든 사람이 홍 씨는 아니다. 언론 보도로 다른 대학생이 개발한 확진자 동선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된 홍 씨는 밤새워 비슷한 역할을 하는 코로나 맵 라이브를 만들었다. 디자인을 개선하고 몇몇 기능을 추가해 공개했다.

코로나 맵 라이브 웹사이트 첫 화면 홍준서 씨 제공
코로나 맵 라이브 웹사이트 첫 화면 홍준서 씨 제공
당시 홍 씨는 대학 휴학 중이었다. 혼자 개발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대학교에서 한 학기 수업을 들으면 이런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냐는 질문에 홍 씨는 “학교에서 배운 건 거의 써먹을 게 없었다”며 “며칠씩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꾸역꾸역 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도 어떻게든 됐다”고 설명했다.

홍 씨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 개발 공부를 잘 할 수 있어서 만들었어요”라며 “시도부터 먼저 해보는 거죠. 제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성공할 거란 확신보다는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었던 거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 22개월간 혼자 ‘코로나 라이브’ 운영


얼마 지나지 않아 확진자 동선보다는 확진자 숫자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늘었다. 홍 씨는 ‘코로나 라이브’를 개발했다. 코로나 라이브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올라오는 전국 재난문자, 지자체 웹사이트 등에서 확진자 수 정보를 실시간으로 가져와 수합한다.

홍 씨는 “공공에 공개된 데이터가 늘어난 게 너무 좋아요.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서 저 같은 개발자가 보기 편한 서비스를 오픈하면 국민들한테도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코로나 라이브에는 확진자 수 뿐 아니라 코로나19 주요 지표인 위중증 환자 수와 신규 사망자 수도 매일 올라온다.

실시간 확진자 수 집계 서비스 ‘코로나 라이브’를 개발해 운영한 대학생 홍준서 씨(22). 홍준서 씨 제공
실시간 확진자 수 집계 서비스 ‘코로나 라이브’를 개발해 운영한 대학생 홍준서 씨(22). 홍준서 씨 제공


서비스를 혼자 운영하기가 절대 쉽지 않았다. 문제가 생겨도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사용자가 몰려 서비스가 반나절 먹통이 된 적이 있다. 서비스를 개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소문이 나 갑작스럽게 화제가 된 직후였다. 이때가 특히 힘들었다고 한다. 침착한 성격인 홍 씨도 ‘멘붕이 왔다’고 표현했다. 홍 씨는 “혼자서 한다는 게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나중에 가서는 스스로에게 더 힘이 되는 거 같더라고요”라며 “나중에는 엄청 큰 문제가 와도 좀 더 유연하게 문제를 처리할 수 있게 돼서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 불확실한 시기, 곁엔 코로나 라이브가


홍 씨는 웹 개발자로써 첫 발자국을 묵직하게 뗐다. 지난 22개월 동안 코로나 라이브 누적 조회수는 8억2008만 건이 넘는다. 사용자 수도 3068만 명 이상. 각종 수치를 한 눈에 파악하기 쉽게 ‘정보 가독성’을 끊임없이 고민해 홍 씨가 직접 디자인한 성과다. 홍 씨는 “사람들이 제가 만든 걸 쓰는 게 좋아서 개발자가 됐는데 많이 써주셔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특히 불안감이 큰 시기일수록 코로나 라이브에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다. 질병관리청 공식 집계는 다음날 오전 9시 30분에야 올라오나 ‘지금 당장’ 확진자 수가 몇 명인지 알고, 내일을 가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하루 최대 사용자 수가 2020년 12월에는 250만 명,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던 3월에는 120만 명에 달했다. 이들에게 코로나 라이브가 유용하게 활용됐다.

● ‘고맙다’ 천 원 기부 쏟아져


웹사이트 유지에 필요한 서버 운영 비용은 모두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코로나 라이브에는 누구나 무료로 접속할 수 있고, 웹사이트 어디에도 광고가 실리지 않았다.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게 홍 씨의 철학이다. 단 웹사이트 운영에 보태고 싶은 사람을 위해 계좌번호를 올려뒀다. 홍 씨는 “1만 원 이하 기부가 제일 많았어요. 가끔 5만 원 후원이 있었고 10만 원도 몇 분 계시긴 했어요”라고 말했다.

홍 씨는 고맙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다. 후원금 1만 원을 송금하면서 “실시간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함께 들어오는 식이다. 직접 이메일을 보내는 사용자들도 있었다. 한 자영업자는 “덕분에 매일 동향 확인하며 코로나 상황에 대비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적어 이메일로 보냈다. 사용자 중엔 본인을 ‘예식을 2주 앞둔 예비신부’라고 소개하며 “코로나 라이브로 하루종일 확진자 예측을 보며 맘 졸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사이트를 만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이메일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 라이브’ 사용자들이 홍준서 씨에게 보낸 메시지. 홍준서 씨 제공
‘코로나 라이브’ 사용자들이 홍준서 씨에게 보낸 메시지. 홍준서 씨 제공


홍 씨도 사용자들이 보내는 메일이 반가웠다. 홍 씨는 “혼자 일하다보니 회의할 사람도 없고 해서 의견 듣기가 어려웠는데 유저들의 피드백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어요”라고 말했다.

● 4000만 원 기부, ‘사이트 설계도’도 공개


홍 씨는 모든 성과를 사회에 되돌려줬다. 16일 남은 후원금 4136만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액 기부했다. 웹사이트 하단에 써 둔 약속대로 한 것이다. 웹사이트 하단에는 “이용하시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광고 없이 운영을 하고 있어요. 서버 비용 충당 후 후원금이 남을시 코로나 관련 단체에 기부 할 예정이에요”라고 적혀 있다. 학생에게 적지 않은 돈이지만 약속을 지켰다.

소스코드(설계 파일)는 예전부터 공개해 뒀다. 동료 개발자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다. 홍 씨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프로젝트와 소스코드를 공유하는 플랫폼 ‘깃허브’에 코로나 라이브 소스코드를 공개해뒀다. 홍 씨는 ”저도 처음에 공부 시작했을 때 공개 소스코드를 보면서 공부했어요”라며 “학생들께서 코로나 라이브 소스코드를 보면서 공부하고 싶다는 메일을 많이 보내주셔서 공개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코로나 라이브’가 16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4136만901원을 기부했다는 기부증서(왼쪽). 소스코드 공유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있는 코로나 라이브 소스코드(오른쪽). 코로나 라이브 인스타그램 등
‘코로나 라이브’가 16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4136만901원을 기부했다는 기부증서(왼쪽). 소스코드 공유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있는 코로나 라이브 소스코드(오른쪽). 코로나 라이브 인스타그램 등


홍 씨는 앞으로 웹 개발자의 길을 계속 갈 계획이다. 만든 걸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게임 개발도 생각해봤으나 “게임 개발은 수학이 많이 필요한데 제가 수학을 잘 못해요”라고 말했다. 홍 씨는 당분간 휴식할 생각이다.

“아이디어가 있는데 될까 안 될까 생각이 들 때는 일단 먼저 시작하는 게 중요한 거 같더라고요. 처음엔 코로나 맵을 공부 목적으로 만든 거지만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뭐라도 시작해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용자에게 조금이라도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가지고 돌아오려고 합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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