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를 매일 실시간으로 집계해 알려준 온라인 서비스 ‘코로나 라이브’. 주요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 제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줬다. 정부가 만들어 운영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으나 실제로는 2000년생 컴퓨터공학도가 직접 개발해 운영한 사이트다.
코로나 라이브는 16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4월에 대부분 해제된 뒤 유행 규모도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공포의 대상’이던 2020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하고 22개월 만이다. 코로나 라이브를 개발한 대학생 홍준서 씨(22)에게 27일 그동안 이 사이트를 운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독하게 독학해 ‘확진자 동선 서비스’ 개시
2019년 가을 호주의 한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홍 씨. 코로나 라이브 이전에 ‘코로나 맵 라이브’를 만들었다. 이는 새내기 공학도 홍 씨가 2020년 2월 만든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안내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만든 사람이 홍 씨는 아니다. 언론 보도로 다른 대학생이 개발한 확진자 동선 서비스에 대해 알게 된 홍 씨는 밤새워 비슷한 역할을 하는 코로나 맵 라이브를 만들었다. 디자인을 개선하고 몇몇 기능을 추가해 공개했다.
당시 홍 씨는 대학 휴학 중이었다. 혼자 개발 공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대학교에서 한 학기 수업을 들으면 이런 프로젝트를 해낼 수 있냐는 질문에 홍 씨는 “학교에서 배운 건 거의 써먹을 게 없었다”며 “며칠씩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꾸역꾸역 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려도 어떻게든 됐다”고 설명했다.
홍 씨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면 개발 공부를 잘 할 수 있어서 만들었어요”라며 “시도부터 먼저 해보는 거죠. 제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성공할 거란 확신보다는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었던 거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 22개월간 혼자 ‘코로나 라이브’ 운영
얼마 지나지 않아 확진자 동선보다는 확진자 숫자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늘었다. 홍 씨는 ‘코로나 라이브’를 개발했다. 코로나 라이브는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올라오는 전국 재난문자, 지자체 웹사이트 등에서 확진자 수 정보를 실시간으로 가져와 수합한다.
홍 씨는 “공공에 공개된 데이터가 늘어난 게 너무 좋아요.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서 저 같은 개발자가 보기 편한 서비스를 오픈하면 국민들한테도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코로나 라이브에는 확진자 수 뿐 아니라 코로나19 주요 지표인 위중증 환자 수와 신규 사망자 수도 매일 올라온다.
서비스를 혼자 운영하기가 절대 쉽지 않았다. 문제가 생겨도 혼자서 해결해야 했다. 사용자가 몰려 서비스가 반나절 먹통이 된 적이 있다. 서비스를 개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소문이 나 갑작스럽게 화제가 된 직후였다. 이때가 특히 힘들었다고 한다. 침착한 성격인 홍 씨도 ‘멘붕이 왔다’고 표현했다. 홍 씨는 “혼자서 한다는 게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나중에 가서는 스스로에게 더 힘이 되는 거 같더라고요”라며 “나중에는 엄청 큰 문제가 와도 좀 더 유연하게 문제를 처리할 수 있게 돼서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 불확실한 시기, 곁엔 코로나 라이브가
홍 씨는 웹 개발자로써 첫 발자국을 묵직하게 뗐다. 지난 22개월 동안 코로나 라이브 누적 조회수는 8억2008만 건이 넘는다. 사용자 수도 3068만 명 이상. 각종 수치를 한 눈에 파악하기 쉽게 ‘정보 가독성’을 끊임없이 고민해 홍 씨가 직접 디자인한 성과다. 홍 씨는 “사람들이 제가 만든 걸 쓰는 게 좋아서 개발자가 됐는데 많이 써주셔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특히 불안감이 큰 시기일수록 코로나 라이브에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다. 질병관리청 공식 집계는 다음날 오전 9시 30분에야 올라오나 ‘지금 당장’ 확진자 수가 몇 명인지 알고, 내일을 가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하루 최대 사용자 수가 2020년 12월에는 250만 명,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던 3월에는 120만 명에 달했다. 이들에게 코로나 라이브가 유용하게 활용됐다.
● ‘고맙다’ 천 원 기부 쏟아져
웹사이트 유지에 필요한 서버 운영 비용은 모두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코로나 라이브에는 누구나 무료로 접속할 수 있고, 웹사이트 어디에도 광고가 실리지 않았다.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는 게 홍 씨의 철학이다. 단 웹사이트 운영에 보태고 싶은 사람을 위해 계좌번호를 올려뒀다. 홍 씨는 “1만 원 이하 기부가 제일 많았어요. 가끔 5만 원 후원이 있었고 10만 원도 몇 분 계시긴 했어요”라고 말했다.
홍 씨는 고맙다는 연락도 많이 받았다. 후원금 1만 원을 송금하면서 “실시간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함께 들어오는 식이다. 직접 이메일을 보내는 사용자들도 있었다. 한 자영업자는 “덕분에 매일 동향 확인하며 코로나 상황에 대비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적어 이메일로 보냈다. 사용자 중엔 본인을 ‘예식을 2주 앞둔 예비신부’라고 소개하며 “코로나 라이브로 하루종일 확진자 예측을 보며 맘 졸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사이트를 만들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이메일을 보낸 사람도 있었다.
홍 씨도 사용자들이 보내는 메일이 반가웠다. 홍 씨는 “혼자 일하다보니 회의할 사람도 없고 해서 의견 듣기가 어려웠는데 유저들의 피드백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어요”라고 말했다.
● 4000만 원 기부, ‘사이트 설계도’도 공개
홍 씨는 모든 성과를 사회에 되돌려줬다. 16일 남은 후원금 4136만 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액 기부했다. 웹사이트 하단에 써 둔 약속대로 한 것이다. 웹사이트 하단에는 “이용하시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광고 없이 운영을 하고 있어요. 서버 비용 충당 후 후원금이 남을시 코로나 관련 단체에 기부 할 예정이에요”라고 적혀 있다. 학생에게 적지 않은 돈이지만 약속을 지켰다.
소스코드(설계 파일)는 예전부터 공개해 뒀다. 동료 개발자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서다. 홍 씨는 개발자들이 자신의 프로젝트와 소스코드를 공유하는 플랫폼 ‘깃허브’에 코로나 라이브 소스코드를 공개해뒀다. 홍 씨는 ”저도 처음에 공부 시작했을 때 공개 소스코드를 보면서 공부했어요”라며 “학생들께서 코로나 라이브 소스코드를 보면서 공부하고 싶다는 메일을 많이 보내주셔서 공개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홍 씨는 앞으로 웹 개발자의 길을 계속 갈 계획이다. 만든 걸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게임 개발도 생각해봤으나 “게임 개발은 수학이 많이 필요한데 제가 수학을 잘 못해요”라고 말했다. 홍 씨는 당분간 휴식할 생각이다.
“아이디어가 있는데 될까 안 될까 생각이 들 때는 일단 먼저 시작하는 게 중요한 거 같더라고요. 처음엔 코로나 맵을 공부 목적으로 만든 거지만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뭐라도 시작해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용자에게 조금이라도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가지고 돌아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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