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 속도 내는 제주도… 폐배터리 재생산업도 앞서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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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테크노파크, 차세대 사업화 박차

제주시 아라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폐차장에서 옮겨진 폐배터리 팩이 보관돼 있다. 이 
센터에선 폐배터리를 모듈 형태로 분리해 재활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아라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 폐차장에서 옮겨진 폐배터리 팩이 보관돼 있다. 이 센터에선 폐배터리를 모듈 형태로 분리해 재활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가 ‘탄소 없는 섬(CFI)’을 만들기 위해 2030년까지 운행 차량을 모두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복병을 만났다. 바로 폐배터리다. 전기차에서 쓴 배터리를 재활용, 재사용하는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폐배터리가 ‘애물단지’가 될지, ‘차세대 사업 아이템’이 될지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5일 오후 제주 제주시 아라동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에 위치한 제주테크노파크(JTP)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층층으로 마련된 선반에는 전기차 제조사에 따라 모양이 제각각인 폐배터리 팩이 가득했다. 이곳에선 폐배터리 팩을 모듈 형태로 분리한 뒤 성능을 테스트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센터의 폐배터리 보관 용량은 250대인데, 거의 가득 찬 상태다. 재활용을 위한 연구나 실증용 등으로 반출되지 않는다면 처리가 곤란해지는 것.

지난해 1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에 따라 보조금이 들어간 전기차를 폐차하거나 말소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배터리를 반납하도록 한 의무조항이 없어졌다. 하지만 제주도는 2020년 12월까지 제주에 등록된 전기차 2만1000여 대의 폐배터리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코발트와 리튬, 니켈 등을 함유한 전기차 배터리는 유독물질로 분류돼 매립할 수 없다. 배터리 셀에서 각종 유해 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해체 작업이 어렵고 소각하면 폭발하거나 유해가스를 방출할 수 있어 활용처를 찾기도 쉽지 않다.

제주도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재제조 제품 시험평가·인증지원 기반 구축 사업’에 선정됐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86억 원을 투입해 전기차 폐배터리를 민간 응용 제품으로 개발하기 위한 시험·인증 등 지원 체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벌인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제주테크노파크는 에너지저장장치뿐 아니라 태양광 가로등, 농업용 사다리차, 배터리 교환식 스쿠터, 카페와 캠핑용 충전기 등에 활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2015년부터 폐배터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는데 2019년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를 개소한 이후 기술이 더욱 축적되면서 당장 상용 가능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제주테크노파크 관계자는 “완벽한 폐배터리 재생 시스템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이나 자치단체에서 기술 견학 문의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관련 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재활용이 가능한 폐배터리를 민간에 매각하는 방안도 환경부와 협의 중이다. 이는 폐배터리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 제주지역 기업에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이르면 6월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광단지 운송 차량, 농·어업 연구시설 비상발전, 야간조명 에너지저장 등에서 폐배터리를 활용한 제품 상용화가 가능하다”며 “폐배터리 성능 등에 따른 가격 등 매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는 사용 주기가 7∼10년으로 성능이 초기 대비 70% 이하로 떨어지면 주행거리뿐 아니라 충전 속도가 낮아져 교체가 필요하다. 이렇게 교체하는 배터리는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가능하다. 분해해서 니켈이나 코발트 등의 원료를 얻을 수 있고, 농업용이나 축산용으로 쓸 수 있다. 국내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에 20조 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에서 경쟁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도#탄소 없는 섬#폐배터리 재생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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